‘알짜’ 신한베트남은행, 성장세 주춤…무슨 까닭?
올해 1분기 순이익 663억원으로 1년 전과 같은 수준 베트남 금리 인하 추세에 예대금리차 하락…현지화 가속 시급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신한은행의 ‘알짜’ 신한베트남은행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은행권 예금 저성장에 따른 수신 경쟁 확대로 조달부담이 커지고 현지정부로부터 대출금리 인하 선호 기조로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은행이 공시한 202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4억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일본 SBJ와 함께 신한은행의 해외사업을 이끄는 양대 해외법인으로 인정받는다. 연간 순이익은 2020년 1206억원, 2021년 1292억원, 2022년 1978억원, 2023년 2328억원으로 꾸준히 우상향했다.
특히 수익성이 국내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지난해 신한은행 해외법인 전체 순이익(5721억원)의 절반 가까이(2640억원)를 책임졌다. 현지에서는 HSBC베트남과 외국계은행 1위 실적을 두고 다툴 정도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저성장은 올해 1분기가 아니라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한베트남은행이 공시한 2024년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4조5763억동으로 1년 전(4조5248억동)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몇 년간의 성장을 돌이켜 보면 분명 눈에 띄는 저성장이다.
예대금리차, 3개월 새 0.5%p 떨어져
업계는 베트남 정부의 저금리 선호 기조가 신한베트남은행의 성장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베트남중앙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하를 권고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낮아져야 대출금리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이에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자 베트남 시중자금은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주식 등 다른 투자처로 몰려갔다. 그 결과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말 고객예금잔액은 117조1577억동으로 1년 전(124조7325억동)보다 6.1% 줄어들었다.
은행들은 예금이 이탈하면 외부 차입을 늘리거나 예금금리를 높여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실제로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말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23조6651억동의 자금을 차입했다. 이는 1년 전(8조2381억동)의 3배 수준이다.
시중에 여유자금이 많은 시기에는 차입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낮지만, 수신 경쟁이 확대될 때는 차입금리가 예금금리에 비해 더 높다. 저금리성 예금은 줄고 조달부담이 큰 차입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는 신한베트남은행의 수익성 정체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비용도 커졌다. 신한베트남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올 1월 3.58%에서 4월 3.71%로 높아졌다. 브랜드 이미지가 공고하고 모객력이 좋은 국영상업은행과 비교하면, 신한베트남은행은 상위권 외국계은행이라 해도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예금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예금금리에 이은 베트남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권고 역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1월 5.3%에서 4월 4.9%로 낮아졌는데, 그 결과 예대금리차도 1월 1.76%에서 4월 1.26%로 좁혀졌다.
지난해 베트남 은행권은 평년보다 예금 성장률이 낮았지만 그래도 4~5% 성장했다. 그러나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 은행과 달리 예금 이탈을 피할 수 없었다. 이제 신한베트남은행의 현지화 수준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신한베트남은행은 영업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베트남은행이 기존에는 대출 자산 증대에 주력했으나, 앞으로는 예수금, 외환, 카드 등 고객의 거래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 및 활성화해 주거래 은행으로 나아갈 방침“이라며 “성장 방식을 양에서 질로 전환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