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한진家 갈등 빈틈 ‘공략’...조원태 회장, 백기사 '총동원령'
호반, 한진칼 지분 18.46%...조원태 회장 측과 1.67%p 차 조 회장 LS 등 우호지분 동원 경영권 굳건, 변수는 정권 교체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대한항공 경영권에 대한 야심을 다시 드러냈다. 호반그룹은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계에선 벌써부터 경영권 분쟁을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다만 조원태 한진칼 회장 및 우호지분이 굳건해 조 회장의 경영권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호반그룹, 한진칼 주식 추가 매수...조원태 회장 맹추격
14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진칼 주식 총 67만5974주를 장내 매수했다. 구체적으로 호반건설 특수관계자인 호반,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 1년간 3만4000주, 64만1974주를 각각 취득했다. 투입된 현금만 478억원에 달한다. 이에 호반그룹 한진칼 주식 보유비율은 17.44%에서 18.46%로 1.02%p(포인트) 늘어났다.
김 회장은 과거부터 항공업 진출 뜻을 보여왔다.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했으나 채권단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22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던 사모펀드(PEF) KCGI 지분 등을 인수해 지분율 17.9%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재차 기회를 잡았다. 2023년에는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5.85%를 추가 매입했다. 이로써 조 회장과 지분 격차는 1.67%로 좁혀졌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한진칼 지분은 20.13%다.
호반그룹은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건에 반대하며 조 회장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서서히 늘려갈 것“이라며 “머지않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호반그룹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711억원으로 실탄도 두둑한 상황이다.
조 회장 우호 세력 '든든', 변수는 정치환경 변화
하지만 한진그룹 측은 경영권과 관련해 시장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2019년 조 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든든한 우호 세력을 확보해 뒀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20.13%,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14.9%, 산업은행이 10.58%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지분율은 45.61%에 달한다.
그럼에도 변수는 있다. 정부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산업은행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경우 스탠스가 달라질 수 있는 탓이다. 호반그룹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진그룹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비슷한 처지인 LS그룹과 동맹을 맺으며 추가 우호 세력 확보에 나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기 힘들고 대한항공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며 “다만, 조원태 회장 역시 과거 경영권 분쟁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충분한 내공이 생겨 경영권을 내줄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