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절친’ HD현대 정기선·한화 김동관, 33조 방산 사업에 “우리는 하나”
최대 33조원 캐나다 해군 잠수함 교체 사업 수주 위해 ‘맞손‘ 재계 협력 주문...지난해 호주 군함 실패 교훈 삼아 원팀 결성 국내 KDDX 갈등 잠시 뒤로 밀어 놓고 글로벌 수주전 집중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방산업계 최대 라이벌인 HD현대와 한화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관련 갈등을 잠시 접어 두고 캐나다 해군 잠수함 교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원팀’으로 뭉쳤다. 지난해 호주 군함 입찰 당시 앙금이 남아 있던 양사는 원팀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 참여, 일본·독일 등 경쟁국 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았음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호주 군함 입찰 실패를 교훈 삼아 양사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간 원팀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재계 절친으로 알려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역시 해당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원팀 결성에 대한 사전 교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33조원 캐나다 잠수함 사업 동반 출격
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 캐나다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해군 잠수한 교체 사업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양사는 모두 2018년 국내 기술로 건조된 첫 3000톤 급 잠수함 ‘KSS-III’의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는 3000톤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잠수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35년까지 첫 잠수함을 인도받는다.
두 회사는 지난 2월 방사청 주도로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3월 초 캐나다 연방정부에 200억~240억 달러(약 27조7400억원~33조2900억원) 규모의 공동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2035년까지 총 4척의 잠수함을 공급할 것이라는 내용도 제안서에 포함됐다. 이 사실은 캐나다 최대 방송사 CBC 보도로 알려졌다.
CBC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캐나다 내에 유지 보수 시설을 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현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경쟁국들과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수주 확률도 높다는 것이 CBC 등 현지 매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캐나다 국방부 관계자는 CBC에 “유럽 여러 국가가 캐나다에 잠수함을 팔겠다는 의향을 밝힌 상황에서 한국 측은 더 적은 소요 예산, 빠른 납품 기일, 지속적인 유지 보수, 훈련 지원 등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주전에서 인프라 구축까지 약속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문 사례“라며 “사업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양사의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KDDX 갈등 잠시 뒤로 밀어 놓고 글로벌 수주전 집중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때 HD현대와 한화의 원팀 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양사가 KDDX 입찰과 관련해 법정 다툼을 불사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KDDX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규모만 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당초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했지만 기본설계 개념을 두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한화오션을 상대로 행정처분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맺으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알박기’라는 수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방사청을 질타했다. 결국 외부 압박이 거세지자 방사청은 KDDX 사업자 선정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처럼 양사의 KDDX를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번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를 비롯해 향후 세계 각국의 군함 수주가 계속되기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과 김 부회장 모두 실리를 챙기기 위해 일단 손을 맞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천명한 가운데 향후 30년간 1600조원에 달하는 미 해군 군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두 회사의 원팀 기조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KDDX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며 “K-함정 수출, 더 나아가 글로벌 해양안보 구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아낌없이 원팀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