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0년 만에 보험업 확충…업계 3위 노린다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내부통제 개선 등 조건부 ‘탄탄한 자본관리에 기반해 혁신·성장하는 보험사’ 목표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박현주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동양·ABL생명보험을 자회사로 공식 편입한다. 10년 동안 비어 있던 보험사업부문을 확충한 우리금융이 은행계 금융그룹 3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를 ‘탄탄한 자본관리에 기반해 혁신·성장하는 보험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단순 외형 성장이나 실적 경쟁에 치우치기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에 나서고 그룹사와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위원회는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8차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금융위 결정으로 우리금융의 자회사 수는 기존 14개에서 16개로 늘어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75.3%, ABL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올해 1월에는 자회사 편입을 신청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과정은 험난했다. 전임 손태승 회장 친인척 관련 700억원대 부당대출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다 지난 3월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영실태등급이 2등급 미만일 경우 자회사 편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에 금융당국은 경영건전성 개선 등 조건으로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예외적으로 이를 승인했다.
내부통제 인프라에 1000억원 투자 약속
금융위는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행실태를 오는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하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은 향후 5년 동안 그룹 내부통제 인프라 구축에 10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또, 기존 준법지원부 외에 그룹사 점검기능을 수행하는 조직과 소비자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별도로 갖추기로 했다.
지배구조도 더욱 다져가기로 했다. 지난해 계열사 임원 선임에 대한 그룹 회장의 사전합의체를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에는 회장 3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회장 장기 재임에 대한 주주 통제권과 검증절차를 강화한 것이다.
재무건전성 역시 안정화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027년말까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고위험자산을 감축·관리하고 유휴 부동산 등 보유자산 매각으로 자본비율 목표를 적극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우리금융, 숙원이던 보험 포트폴리오 확보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자회사가 없었다. 2014년 민영화 당시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을 DGB금융그룹(현 IM금융그룹)에 매각한 이후 이번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으로 약 10년 만에 보험업에 재진출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합산 자산 규모는 약 53조원이다. 두 보험사의 자회사 편입으로 우리금융은 수익성을 크게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지분법 이익에 따르면 우리금융으로 편입되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기준으로 3384억원이다.
비은행 사업부문의 그룹 내 실적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2019년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우리은행의 그룹 내 당기순이익 비중은 95% 이상이었다. 보험사 편입 이후에는 80% 후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은행계 금융그룹 4위로, 업계 3위인 하나금융과의 격차는 약 6500억원이다. 올해 두 보험사의 자회사 편입으로 우리금융은 하나금융과의 자산·실적 격차를 더욱 좁히게 된다. 업계 3위 도전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실적보다 혁신·시너지 집중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을 ‘탄탄한 자본관리에 기반해 혁신·성장하는 보험사’라는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보험회계기준 환경에 맞춰 기존의 외형성장, 당기순이익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내실성장, 미래가치 확보, 건전한 자본관리를 중심으로 경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객 우선 관점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전속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은행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채널 등을 통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보험 청약·심사·인수 및 보험금 지급 등 업무처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업계에서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은행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확대, 유휴 은행점포 등을 활용한 요양·헬스케어 사업 검토, 계열사 우리자산운용의 보험사 운용자산 수탁 등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적극 발굴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자회사 편입 승인으로 지난해부터 검토한 두 회사의 그룹 편입 준비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동양·ABL생명의 전반적인 규정체계, 재무·회계, 리스크관리, 준법감시, 금융소비자보호, 전산시스템 등에 우리금융 경영관리체계를 적용해 그룹 자회사 시스템 전반을 정비할 계획이다.
자회사 편입 즉시 두 보험사 임직원 대상으로 그룹 회장 주재 소통프로그램을 가동해 기업문화 혁신의지와 비전도 공유한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을 높일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매도인과 상호 협력할 부분 및 세부일정 등을 지속 협의할 것”이라며 “7월초 동양·ABL생명 양사의 주주총회를 개최해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