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1분기 실적 또 역대급 찍나
증권사 컨센서스 4.8조원 집계…1년 전보다 13.5% 많아 ELS 충당금 적립 부담 줄고 예대금리차 오히려 확대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4대 은행계 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경제적 불확실성 심화에도 불구하고 역대급에 준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출자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예금금리를 효과적으로 낮춰 예대금리차를 벌려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을 보인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4조7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4조2287억원) 대비 13.5% 많은 수준이다.
종전 4대 금융의 1분기 최대 실적은 2023년 기록한 4조9015억원이다. 이번 컨센서스가 현실화되면 해당 실적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된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은 1년 전보다 51.8% 급증한 1조59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8.9% 증가한 1조4389억원이 전망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1.1%, 9.6% 감소한 1조229억원, 7446억원의 실적이 예상됐다.
올 1분기 호실적 전망은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여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은 지난해 1분기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손실보상 대비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은 바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KB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이 8조원 수준에 달해 8620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은행 자회사가 홍콩 ELS를 2조원씩 판매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2740억원, 1799억원을 적립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홍콩 ELS를 거의 판매하지 않은 덕분에 지난해 1분기 관련 충당금으로 75억원을 인식했다. 하지만 다른 여신에 대한 보수적인 대비를 위해 1년 전보다 증가한 368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예대금리차 1년 새 36bp 확대
은행 자회사의 자산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호실적의 근거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말 원화대출금은 1287조5654억원으로 1년 전(1222조4050억원) 대비 5.3% 늘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가 더욱 벌어진 점도 있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48%로 1년 전(1.12%)보다 36bp 확대됐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를 내렸지만 예금금리를 더욱 급격하게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가계대출금리를 크게 올리기도 했다. 4대 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해 2월 0.66%에서 올 2월 1.39%로 2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위기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보니 재원인 예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다소 줄어들었다”며 “저금리성 핵심예금 확보 노력과 함께 예금금리 인하 정책이 예대금리차를 벌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1분기 호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적 고율관세 정책 시행으로 경기 침체와 무역 둔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수출 주력의 차주 기업이 고관세 영향으로 경영난에 처하면 이는 은행 자산 건전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