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한 은행권, 트럼프 폭탄관세 타격 받나
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고율관세 직격탄 우려 현지화 높은 법인, 자산건전성 우려 놓여
[인사이트코리아 = 박지훈 기자] 미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높은 세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지 진출한 국내은행의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주기업들이 관세 정책 영향으로 원리금 상환에 차질을 빚으면 은행 실적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각)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베트남에 46%, 캄보디아에는 49%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이보다는 낮지만 인도네시아에도 32%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들 국가들은 다수 국내은행들이 현지법인을 차리고 현지화에 주력하는 국가다.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외국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KB국민은행 현지법인인 KB프라삭은행은 5대 은행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은행 현지법인이 네 번째로 많은 동남아 국가다.
미국의 동남아 고율관세 부과로 국내은행 영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지 혹은 현지 진출한 한국계 차주기업이 고율관세로 경영난에 직면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국내은행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사이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국내은행들은 현지기업보다 한국기업에 많이 대출을 하고 있지만 동남아 기업의 수출 감소, 제조업 위축이라는 2차·3차 효과를 생각하면 국내기업, 국내은행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물론 이러한 가정은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장기적이고 강한 경기침체가 온다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은행들도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미 정부의 고율관세 부가에 따른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조직에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환율민감자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호관세 등 글로벌 지역 이슈와 관련해 산업별 한도, 입구관리정책(산업별 대출취급제한사항), 기존자산관리 방향 등에 대해 산업정책을 수립·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산업별로 등급을 매겨 등급별로 제한사항을 두고 산업별 한도 등은 리스크관리협의회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자’ 해외법인, 트럼프 직격탄 받나
오히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은 국내은행 효자 법인에 더욱 타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은행 동남아 법인 가운데 수익성인 높은 법인일수록 현지기업과의 거래선이 두텁다. 또, 동남아 은행시장은 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로 여신 커버리지가 넓어지는 상황으로, 현지화가 잘된 은행일수록 더욱 이런 경향이 짙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여신 포트폴리오에 신용대출이 많거나 현지 수출기업에 대한 여신이 많을수록 노출되는 리스크가 클 수 있다”며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리스크 정도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국내은행들은 정부의 신남방 정책 아래 이들 3개 국가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40억원으로 5년 전인 2019년(124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국민은행의 캄보디아법인인 KB프라삭은행은 지난해 131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말 자산규모를 5조4000억원 수준으로 키우며 현지 중형급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68억원으로 현지 진출한 국내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