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알짜 계열사 판 돈으로 LCC 이스타항공 인수하나
애경산업 매각시 자금 숨통...항공업 역량 집중 예상 제주항공, 경쟁사들 몸집 불리기로 M&A 시급해져 사모펀드 VIG 보유한 이스타항공 인수 유력하게 거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제주항공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참사로 제주항공마저 휘청거렸다. 알짜 계열사로 불리는 애경산업 매각은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애경산업 매각을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매출이 하향 또는 정체된 애경산업을 정리하고 그룹 내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히는 제주항공에 역량을 집중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외에 중부컨트리클럽(중부CC) 등 비주력 사업 정리도 진행 중이다. 애경산업 등을 처분하면 6000억원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AK홀딩스 차입금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제주항공에 투자할 경우 최근 LCC(저비용항공사)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타진할 여력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M&A 시급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다시 눈독 들일까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이 완료되면서 양사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통합이 확정됐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인수에 성공하며 제주항공 1강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진에어는 2026년 10월 예정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즈음 에어부산·에어서울과 한 몸이 돼 ‘통합 진에어’로 새롭게 탄생할 경우 매출액(지난해 상반기 기준 1조3979억원), 보유 항공기 대수(58대)에서 제주항공(1조49억원, 42대)을 제치고 국내 최대 LCC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제주항공 입장에선 내년 10월 이전에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야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현재 제주항공이 M&A를 추진할 수 있는 LCC는 사실상 이스타항공뿐이다. 이스타항공과 함께 후보로 거론됐던 에어프레미아는 대명소노그룹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인수를 추진 중이다. 또 2019년 인수를 추진했지만 한차례 불발된 인연도 있다. 제주항공 경영전략 방점이 이스타항공과 같이 중·단거리 노선에 찍혀 있는 점 역시 매력적인 대목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도 지난해 7월 CEO 메시지를 통해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가는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M&A 추진을 암시한 바 있다.
양사 M&A, ‘윈윈‘ 할 수 있단 평가
양사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앞서 언급했듯 제주항공은 모기업이 핵심 계열사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자금 여력이 생겼다. 반대로 이스타항공 대주주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도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것을 발판 삼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고려하고 있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2023년 1월 VIG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교체됐다. 2021년 2월 기업회생 당시 3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를 15대로 늘렸고, 노선도 지난해 27개까지 넓혔다. LCC 여객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어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몸값으로 3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경그룹이 이번 매각 시도를 통해 항공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주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