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에 찾아온 ‘슈퍼 호황’, 선박엔진도 덩달아 대박 맞았다
이 분야 세계 1, 2위 HD현대·한화엔진 차지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 올해 전망도 ‘밝음’ 친환경 이중연료 분야 압도적 기술력 보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수주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선박용 엔진 제조사들까지 덩달아 순항하고 있다.
업계 투톱으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은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세계 선박엔진 시장은 HD현대중공업이 35%의 점유율로 선두, 한화엔진이 13%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이미 5년 치 넘는 일감이 쌓여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갑’의 위치를 만끽하고 있다.
선박엔진은 항해에 필요한 추진엔진과 배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엔진 두 종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추진엔진은 크기가 커 대형엔진으로, 발전엔진은 중형엔진으로 불린다. 국내에서 대형엔진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와 한화엔진 뿐이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한화엔진, 역대 최대 실적 ‘순항’
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3조1344억원, 영업이익 359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67%, 영업이익은 25.31%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7월 HD현대에 편입된 HD현대마린엔진도 친환경 엔진 제품 확대 전략으로 매출 3158억원(전년 대비 28.9%↑), 영업이익 332억원(85.5%↑)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엔진에 집중하고 HD현대미포용 중형 엔진을, HD현대마린엔진이 맡고 있다.
한화엔진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화엔진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719.5% 증가한 715억원을 달성하며 HD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압도적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평정
국내 선박엔진이 잘 나가는 이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로 인기가 높아진 친환경 이중연료(DF)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 선주들은 중국 조선사에 선박 주문을 넣더라도 주요 기자재 선택 시 선박엔진은 HD현대중공업 또는 한화엔진 제품을 부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국 엔진을 고집하던 중국 선주들도 양사의 엔진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양사는 올해 지난해를 뛰어 넘는 퀀텀점프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엔진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한화엔진은 지난 1월 6292억원 규모의 선박용 엔진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 5일 2160억원 규모의 엔진 공급 계약을 추가로 따냈다.
발주처는 아시아 지역이라고만 알려졌는데 업계 일각에선 해당 엔진들이 중국 후동중화와 양쯔장, NTS 조선소 중 한 곳의 발주 물량으로 추정한다.
한화엔진이 공시한 올해 누적 수주 금액은 현재 기준 8452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1조6490억원)의 절반 이상을 두 달여 만에 채운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엔진의 올해 예상 수주 금액을 1조75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엔진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최근 생산설비 신설을 위한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내년 9월까지 창원 본사 사업장에 802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2029년치 납품 물량까지 확보한 상태라 일감을 이중연료 추진 엔진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골라 받고 있다. 이중연료 엔진은 기본형 디젤 추진 엔진과 비교했을 때 마진률이 높다.
지난 2월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선박엔진 수주 금액은 1조7008억원에 달한다. 한화엔진과 달리 신규 수주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서 계약된 물량 덕에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6조719억원)의 약 3분의 1을 두 달 만에 채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조선업계에 협력을 요청한 만큼 슈퍼사이클 기간은 더욱 길어질 확률이 높고 이에 비례해 엔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엔진이 전세계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점도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