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강성노조·내수침체 ‘이중고’...미국 생산으로 동시 해결

58억 달러 투자해 미국 현지에 제철소 건립 추진 노사 갈등, 업황 악화 등으로 국내에선 한계 봉착 낮은 전기요금 등 미국 경영환경 국내 대비 우호적

2025-03-31     심민현 기자
충남 당진에 위치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현대제철이 총 58억 달러(약 8조5127억원)를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한다. 

현대제철 모기업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결단을 내린 표면적 이유는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오는 4월 3일부터는 자동차에도 같은 비율의 관세를 부과한다. 

만약 2029년 제철소가 예정대로 지어질 경우 미국 내 생산된 현대제철 철강재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투자 결정은 관세가 때문만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국내 철강 시장을 둘러싼 암울한 대내외적 환경이 정 회장의 미국 ‘직접 투자’ 결단을 서두르게 한 또 다른 원인이라고 말한다. 

현대제철, 직장 폐쇄·공장 가동 중단...국내서 한계 봉착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몇 년간 강성 노동조합(노조)과 출구 없는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철강 가격·수요가 모두 바닥까지 내려왔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3144억원)은 2023년 대비 60.6%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PL/TCM 설비에 대해 부분 직장 폐쇄를 실시한 데 이어 27일 인천공장 철근 생산 라인 가동 중단을 결정한 배경 역시 그간 축적돼온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제철 사측은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 짓기 위해 경영 성과금과 독려금, 생활안정 지원금과 더불어 기본급 400%와 10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총파업 준비에 나섰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금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측 입장은 강경하다. 더이상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직장 폐쇄,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만 50세 직원 이상 희망퇴직도 검토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노조 리스크를 제외한 철강 관련 경영 환경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이 우호적이다. 미국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를 수입하지 않기에 미국 현지 생산 시 철강 가격이 후려쳐질 가능성이 낮다.

또 전기로를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경우 산업용 전기 요금이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국내 산업용 전기 요금은 미국에 비해 높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메가와트시(㎿h)당 95.3달러였다. 이는 84.5달러인 미국에 비해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측이 직접적으로 밝히기 쉽지 않겠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미국 제철소 건설을 결정하는데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노조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관철시키려 할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외로의 생산 기지 이전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