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득 삼천리 회장 ‘동업 70년’...‘나눔 에너지’를 퍼뜨리다
회사 창립 70주년…역사만큼 사회공헌 활동 발자취 깊어 50년간 군부대 후원…“오너일가와 회사 진정성 느껴져” 1987년 설립 천만장학회…장학생 3200여명 배출
[인사이트코리아 = 김동수 기자] ‘고객과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되돌려주겠다.’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이 2005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시한 사회공헌 방향성이다. 삼천리는 올해 70돌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이 회장의 나눔 의지를 다졌다. 올해 경영 슬로건은 ‘다 함께 나눔을’이다. 고객과 지역, 이해관계자 등 도움 덕분에 장수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만큼, 더 큰 나눔을 돌려주자는 취지다.
삼천리는 1955년 창립된 국내 대표 장수 기업이다. 연탄회사에서 출발해 현재는 도시가스, 집단에너지·발전 사업을 중심으로 외식·자동차 딜러·해외 사업 등 ‘생활문화’ 부문과 자산운용·벤처캐피탈 사업 등 ‘금융’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래된 회사 역사만큼이나 사회공헌 발자취도 깊다. ‘자매결연 군부대 후원’과 ‘천만장학회’가 삼천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삼천리는 두 활동을 수십년째 이어가고 있다.
50년 넘게 이어온 군부대 후원…이장균 창업회장과 ‘특별한 인연’
삼천리 사회공헌 중 대표적인 활동은 육군 제28사단 후원이다. 인연을 이어온 시간만 올해로 50년이다. 후원은 특별한 계기로 시작됐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함흥이 중공군에 점령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이북에 머물던 이장균 창업회장도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다. 일가친척 피붙이 하나 없이 피난선에 몸을 맡겨야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국군 장교 한 명에게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혈혈단신 피난길에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의지하고 친분을 다졌다.
이 창업회장은 국군 장교를 잊지 않았다. 20여년이 흘러 당시 피난선에서 특별한 인연을 맺은 장교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그 결과 육군 제28사단 참모로 복무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 창업회장과 국군 장교의 재회는 후원으로 이어졌다. 삼천리는 1975년 육군 제28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끈끈한 인연을 유지 중이다. 올해 2월에도 군부대를 찾아 위문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해병대와 인연도 눈에 띈다. 육군 제28사단이 이 창업회장과 관계가 있다면 해병대 제2사단과 이 명예회장과 연이 있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하며 사업가로서 열정과 도전 정신을 키웠다고 한다. 여기에 국가안보 수호에 힘쓰는 장병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2006년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후 올해까지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50년째 이어온 후원에서 삼천리와 오너일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대부분 기업이 ESG 실적을 채우고자 단발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육군 제28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50년 가까이 인연을 유지했다는 점을 창업자나 오너의 강한 의지, 신념,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모든 기업이 ESG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삼천리처럼 오랜 기간 활동하는 회사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천만장학회’로 인재 지원…장학생만 3200여명 달해
삼천리 사회공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동은 ‘천만장학회’다. 삼천리는 수십년째 장학회를 운영하며 수많은 미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장학회가 설립된 배경도 눈길을 끈다. 천만장학회는 이 명예회장과 형 고(故) 이천득 전 삼천리 부사장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천만’이란 이름 역시 두 형제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이 전 부사장의 문학·예술에 대한 사랑, 이 명예회장의 인재 중시·사랑 나눔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1987년 설립돼 현재 지원한 장학생만 3200여명에 달한다.
차별화된 장학제도 역시 주목된다. 다른 장학재단과 달리 고등학생 2학년 때 장학생을 조기 선발한다. 학생들이 경제적 여건에 대한 고민 없이 학업에만 집중해 자신이 원하는 진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대학교에서도 전공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천만장학회는 선발 장학생에게 대학교 입학 후 4년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장학생들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받은 나눔을 사회에 베푼다. 천만장학회는 정기적인 봉사활동 참여를 장려해 나눔의 선순환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장학사업에서 한 발 더 나가 예술 인재 발굴과 양성을 위한 ‘천만아트포영’을 개최하고 있다.
삼천리는 70돌을 맞아 세운 올해 경영방침 슬로건에 따라 나눔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매년 경영 방침이나 슬로건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다 함께 나눔을’로 정했다”며 “이해관계자와 고객, 지역사회 덕분에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되돌려주는 나눔을 실천하자는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리 ‘장수기업’ 배경…탄탄한 동업 관계 주목
삼천리그룹은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이하 ST인터내셔널·전 삼탄)을 양대 축으로 한다. 재계 53위의 기업집단이다.
삼천리그룹은 재계에서 두 집안의 동업으로 유명하다. 1대 이장균·유성연 창업회장에서 시작된 관계는 2대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0월 삼천리 설립 7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현재까지 탄탄한 동업 관계를 유지해 주목받고 있다.
두 창업회장은 1955년 10월 삼천리 연탄기업사를 함께 창립했다. 우리 제품으로 삼천리 반도를 석권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였다. 두 창업회장이 남긴 각서도 유명하다. 이들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먼저 뜨면 남은 사람이 유가족을 돌본다’ ‘둘 중 한 명이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업 각서를 작성했다. 각서는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동업 관계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두 창업자의 일대기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1985년 방영된 KBS 2TV 주말연속극 ‘열망’은 두 창업회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돈독한 동업 관계는 2대까지 이어진다. 이 명예회장과 유 회장은 1993년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회장에 동반 취임하며 선대 유지를 계승했다. 동업을 통해 굴지의 기업을 일으킨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배경이다.
두 집안은 지금까지도 삼천리와 ST인터내셔널 지분을 똑같이 보유하고 있다. 삼천리는 이 명예회장 일가와 유 회장 일가가 각각 19.5% 보유하고 있다. ST인터내셔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는 유 회장과 송은문화재단, 이 명예회장 일가와 천만장학회가 지분을 절반씩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