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가스전에 꽂힌 트럼프, 이번엔 ‘쇄빙선’ 러브콜
의회 연설서 알래스카 개발 동참국 한국 정식 거론 24일 알래스카 주지사 방한, 적극적 투자 요청할 듯 업계, 마냥 기뻐할 수 없어...존스법 등 현실적 어려움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에 이어 이번엔 쇄빙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우리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1300km에 달하는 가스관을 놓기 위해선 알래스카 두터운 얼음을 뚫을 쇄빙선이 필수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국 가운데 쇄빙선 건조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 일본 등 제한적이다.
트럼프,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동참국으로 韓 콕 집었다
24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LNG 가스전 개발 동참국으로 우리나라를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한국 기업의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한 이후 정부 간 협의가 없던 상태에서 나온 깜짝 발언이었다. 미국은 철강 등 관세 부담을 완화해 주는 대신 한국이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부터 이틀 동안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방한하는 목적 역시 한국 측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함으로 전해졌다. 던리비 주지사는 안 장관 등 통상·에너지 당국자들과 프로젝트와 관련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국이 가스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는 쇄빙선 공급, 가스관 건설 지원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미국 입장에서 급한 분야는 쇄빙선이다. 쇄빙선으로 알래스카 바다 얼음을 뚫고 가스전 근처로 이동해야 가스관을 놓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조선업 쇠퇴로 인해 자국의 역량 만으로 쇄빙선을 건조할 수 없다. 반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쇄빙선 건조 역량을 갖췄으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쇄빙선을 해외 시장에 판매한 경험도 있다. 실제 2014~2020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쇄빙선은 45척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조선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막혔던 쇄빙선 시장이 다시 열리면 향후 침체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되고 미국과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눈앞에 뻔히 보이는 현실적 어려움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조선 3사 모두 2028년까지 3년 치 이상 일감이 꽉 차 있고 쇄빙선 건조는 일반 상선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높아 기간이 오래 소요된다.
또 미국 연안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Jones Act)도 변수 중 하나다. 만약 미국 정부가 한국 쇄빙선을 존스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준다 해도 쇄빙선 건조를 위해 도크를 비워야하기 때문에 수주 일정이 꼬일 가능성이 크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북서항로를 통제하려면 쇄빙선 보유가 선제 조건이지만 미국은 조선업 쇠퇴 및 역량 부족으로 단기간 내 쇄빙선 건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존스법이 개정되거나 예외 조항이 발효되지 않는 이상 한국 조선소에 발주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