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韓 록히드마틴' 꿈 성큼...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박'
방산 호황에 시총 35조 육박...네이버 제치고 8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김 회장 ‘신의 한 수’ 평가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5년 인수한 삼성테크윈이 10년이 지나 그룹 최고 복덩이가 됐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적인 방산 수요 증가 기대감에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8위에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네이버 제치고 시총 8위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이날 1.46% 올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4조8240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시총 33조1133억원 보다 약 1조7107억원 많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28위에 머무는 등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올해 각종 호재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은 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매출은 11조2462억원으로 2023년 대비 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0% 늘어난 1조7247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이 내수를 넘어서며 글로벌 기업 도약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도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유럽 등지에서 방위비 인상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방산업계 추가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방위비를 늘리면 군사력 증강을 위해 무기와 장비 수요가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사실 김 회장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시총은 2조원 중반에 불과했고 영업이익 적자까지 기록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그룹의 모태인 방위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 회장은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2015년 6월 말 8232억원에 삼성테크윈을 품에 안았다. 록히드마틴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1위 종합 방산기업이다.
김승연 회장이 삼성테크윈 인수한 가장 큰 이유 ‘K9 자주포’
김 회장이 한국판 록히드마틴까지 언급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삼성테크윈이 대한민국 최고 육상 무기 K9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K9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인수 이후 성능을 더욱 향상시켜 실행에 옮겼다.
실제 폴란드는 2022년 우리 정부로부터 K9 152문(3조2000억원)을 수입해갔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찾아 K9 등을 직접 호명하며 한국산 무기를 호평하기도 했다. 폴란드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호주, 베트남 등도 K9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김 회장은 록히드마틴으로 향하는 체제 구축에 여념이 없다. 실제 2020년대 들어 꾸준히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핵심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11월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했고 2023년 4월엔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품었다. 같은 해 5월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비로소 육해공 삼박자를 갖췄다.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지난해에는 인적분할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 사업을 ‘방산’과 ‘나머지’로 분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해외시장 개척, 회사 개편 등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은 김 회장의 다음 목표는 미국 진출이다. 재계에서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 기업인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한 달여 앞두고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쿨터 대표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지낸 공화당통으로 손꼽힌다. 자신의 공화당 인맥과 시너지를 일으켜 향후 30년 큰 판이 예고돼 있는 미국 해양 방산 등에서 파이를 점유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10년 전 삼성넥스윈 인수는 신의 한 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빠른 성장 속도와 유리한 대내외적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현실화되는 날이 곧 다가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