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천궁-II 이라크 수출 강행...한화와 ‘방산 갈등’ 2라운드

지난해 9월부터 천궁-Ⅱ 이라크 수출 계약 두고 ‘갈등‘ 큰 틀에서 협력 합의했지만 실무적 문제 여전히 평행선 사전 합의 없는 수출 강행으로 상대측 한화 신뢰 깨진 듯 무기 사업서만 매출 내는 100% 방산기업 무리수 분석도

2025-03-17     심민현 기자
천궁-II 훈련 모습.<LIG넥스원>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LIG넥스원은 지난해 9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하 한화)과 약 3조7000억원 규모로 체결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 이라크 수출 계약과 관련해 사전 합의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LIG넥스원 vs 한화에어로 갈등 장기화 국면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을 두고 LIG넥스원과 한화의 신경전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천궁-Ⅱ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핵심 자산이다. LIG넥스원이 방공망 포대를 통합해 운영하는 체계종합을 맡아 교전통제소를 제작하고 한화는 미사일 포대용 발사대·미사일·다목적레이더를 맡고 있다.

양측은 큰 틀에서 상호간 수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실무선에선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방위사업청(방사청) 석종건 청장 주재로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만남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생산대수 등을 놓고 계속해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신뢰를 무너뜨린 점을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다는 후문이다. 협력사 간 사전 합의는 업계 불문율로 꼽힌다.

LIG넥스원, 무기 사업에서만 매출 발생...계약 강행 원인?

업계 일각에선 LIG넥스원이 이번 사태로 100% 방산기업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무기 사업에서만 매출이 발생하는 LIG넥스원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이라크 수출을 성사시켜야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탓에 한화와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LIG넥스원은 방산 3사 가운데 유일한 방산 전문 기업이다. 대공무기를 비롯해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사이버, MRO(함정 유지·수리·정비) 등 사업의 중심축이 모두 방산과 관련된 분야로 매출의 100%를 차지한다. 

반면 3사 중 매출이 가장 높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항공우주 두 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로템은 방산, 철도, 친환경 인프라 구축 등 세 개 사업 군을 운영 중이다.

또 향후 LIG넥스원의 해외 수출 핵심 무기로 거론되는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개발 과정에도 양사가 천궁-Ⅱ와 유사한 구조로 참여했기 때문에 LIG넥스원이 기선 제압을 위해서라도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구본상 LIG그룹 회장이 중동 지역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를 직접 찾아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상대로 대면 세일즈를 벌일 정도로 LIG넥스원은 L-SAM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단일 사업 의존도가 높은 LIG넥스원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앞으로 수출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모 아니면 도’ 식의 수익 창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