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가는 격?...SK해운 인수로 덩치 키우는 HMM

“경쟁력 강화“vs“민영화 걸림돌” 놓고 설왕설래 컨테이너선 집중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이점 산은 매각 시나리오 고민…‘민간+공공’ 대안 거론

2025-03-04     심민현 기자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HMM>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에 나섰다. 컨테이너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벌크선, LPG선 등으로 다각화해 회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HMM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다만 민영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해운 인수 성공 시 몸값이 더욱 뛸 것이 자명해 이를 감당할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HMM, SK해운 인수 우협 선정

4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SK해운 일부 사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대상은 전체 경영권이 아닌 일부 선박과 사업부, 자산 등으로 한정된다. HMM이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4년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권을 팔면서 겸업금지 조항을 체결해 2029년까지 해당 사업에 진출할 수 없어서다. HMM은 해당 사업부 인수금액으로 2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SK해운을 품에 안을 경우 약점을 확실히 보완할 수 있다. HMM은 매출의 약 85%가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나온다. 글로벌 경기와 운임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2020년대 들어 실적 오르내림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반면 SK해운 주력은 벌크선, LPG선이다. 화주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이들 선박이 실어 나르는 원유, LPG 등 원자재는 경기와 관계없이 꾸준한 운송 수요가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SK해운 매출 가운데 장기 운송 계약 비중은 70%에 달한다.

높아진 매각 난이도, 해답은 ‘민간+공공’?

이와 별개로 매각 난이도는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2023년 말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을 추진하며 하림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시 매각가는 지분 57.6% 기준 6조3000억원대로 거론됐지만 높은 몸값과 산은, 해진공이 보유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영구 전환사채를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현재 몸값, 영구채 부담은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났다. HMM의 몸값은 약 12조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고 SK해운까지 인수할 경우 15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가 다음 달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들의 지분율은 71.68%까지 높아진다. 

그 결과, 국내에선 HMM을 인수할 기업이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최정상급 대기업으로 한정된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HMM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또 국적 선사 HMM은 해외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운업이 책임지고 있고 유사시에 전시 병력과 군수품을 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HMM 소유 분산 기업인 포스코와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의 지배 구조를 혼합한 ‘민간+공공’ 소유구조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세계 5위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오너 지분 30%에 함부르크시와 칠레 선사 CSAV, 카타르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지난해 5월 해양기자협회 포럼에서 “HMM 매각 때 향후 지배 구조의 기준은 인수기업 40%, 정부·공공기관 30%, 화주·선사·소액주주 등 30% 식으로 구성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