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엽의 경영인사이트] 산을 옮기고 싶다면? 기도가 아니라 불도저가 필요하다
드러커, 실행의 중요성 강조…지식과 운영의 원리가 결정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글로벌 경쟁, 산업경계 붕괴, 개방속의 보호주의…. 기업이 활동하는 무대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이 속에서 경영은 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지지만, 경영이 수행하는 과업은 동일하다. 그것은 기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는 CEO다. CEO는 어깨에 짊어진 책임을 어떻게 더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 곧 RIGHT THING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다. 올바른 과업을 찾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 항로를 찾는 것이다. 이번에 연재를 시작하는 ‘경영인사이트:CEO의 관점’은 CEO에게 올바른 관점을 제시한다.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배우의 성공방정식을 아는가. 무대와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올바른 연기(행동)를 하는 것이다. 무대는 세계이고 연기는 CEO가 수행하는 과업이다. 언제나 CEO로 연기하라.
-“Plans are only good intentions unless they immediately degenerate into hard work.”
계획이란 힘든 작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저 좋은 의도에 머물 뿐이다.
-“Objectives are not commands; they are commit ments.”
목표는 명령이 아니다. 그것들은 헌신이다.
-“Unless commitment is made, there are only promises and hopes… but no plans.”
헌신이 없다면, 단지 약속과 희망만이 있을 뿐이고 계획이란 없다.
-“The greatest advantage of management by objectives is perhaps that it makes it possible for a manager to control his own performance. Self controls mean stronger motivation: a desire to do the best rather than just enough to get by. It means higher performance goals and broader vi sion.”
목표에 의한 관리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경영자가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자기통제는 더욱 강한 동기를 의미한다: 단지 적당한 정도가 아니라 최고로 잘 하겠다는 열망. 목표에 의한 관리는 더욱 높은 목표와 넓은 비전을 의미한다.<피터 드러커>
기도와 불도저
당신이 산을 옮기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는 기도가 아니라 불도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실행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그렇다. 산을 옮기려면 흙을 깎아야 하고 바위를 파내야 한다. 경영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단순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행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다. 경영은 실행의 연속이다. 그리고 단지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노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 경영이다. 즉 경영이란 전략, 프로세스, 과업을 통해 최종 성과를 달성하는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실행이다. 그런데 조직에서 실행은 쉽지 않다. 실행이 어려운 이유는 조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조직은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조직은 원유를 정제 하는 화학공정처럼 인풋을 넣으면 설계한 대로 아웃풋을 내는 기계장치가 아니다. 사실 조직의 실체는 무질서이고 분산이다. 사람과 자본이 모여 있다고 해서, 조직에 멋진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조직이 조직으로 작동할까? 조직이 조직으로 기능하는 것, 곧 여러 사람의 노동이 협력과 조화를 통해 목표에 공헌하도록 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의 성과는 목표와 실행의 함수이다. 따라서 목표를 제대로 수립했다면 목표를 실제로 실현하는 일을 올바르게 해내야 한다. 이것이 실행력이다.
실행력은 자원의 과다에 달려 있지 않다. 유사한 자원을 보유했다고 해도 시장에서 기업의 성과는 동일하지 않다. 만일 그렇다면 자원의 규모만 측정하면 높은 성과를 달 성할 기업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자원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성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활용하는 실행 원리와 지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픈AI는 구글이나 애플보다 적은 자원과 인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결국 실행력을 결정하는 것 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지식과 운영의 원리다.
실행력: 실행력은 목표를 달성하는 올바른 일을 적기에 하는 것이다. 즉, 올바른 실행은 목표를 달성하는 과업을 적절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올바른 실행은 단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목표 달성에 공헌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올바른 실행 : 전체 목표 달성에 공헌하는 일을 하는 것. 목표 달성에 공헌하도록 일 하는것. 올바른 실행을 하려면 사람들이 하는 일이 전체 목표에 공헌하도록 일하는 동기와 구조, 환경을 창출해야 한다. 즉 조직 구성원이 목표에 기여하는 일을 실질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 최고의 공헌이다. 열심히 일한다고 목표에 공헌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조직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열심히 일하지만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것’ 이다. 그것은 낭비이고 비효율이고 부조화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당신의 조직은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공헌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최고의 공헌이 의미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뛰어난 인재가 부족해서 성과가 부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목표 달성에 최고의 공헌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과가 부진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공헌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목표 달성을 할 수 없다. 이 최고의 공헌을 끌어내고 공헌하도록 할 책임은 경영자에게 있다. “우리 직원들은 왜 최고로 일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
최고의 공헌이란 물론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조직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평범한 사람이 모여 탁월한 성취를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조직을 운영하는 핵심 원칙 역시 최고의 공헌을 이끌어내는 방향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최고로 공헌하는 조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요소가 있다.
1. 전체 목표를 이해하도록 하라
각자의 일과 노동이 조직 전체 목표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 공헌하는가를 알 때 최고의 공헌에 대한 동기와 실질적 노동이 가능하다.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원하고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역할과 과업을 모르는 축구 선수가 승리에 기여할 가능성은 없다.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은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이해하고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이 어떻게 목표에 기여하는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목표 달성에 기여할 책임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목표에 대한 인식은 비전선언문이나 올해의 경영방침과 전략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명확하게 자신이 하는 일을 전체 목표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이 동료의 일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인식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정해진 업무 외에도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상황은 변할 수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한 일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근로자라면 특히 더 그렇다. 이것이 드러커가 주창한 ‘목표에 의한 관리’에 담긴 기본 사상이다. 회사의 방침,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조직의 목표가 일을 이끄는 것이다. 인간의 몸에 정신이 없다면 인간은 기능하지 못한다. 목표는 조직의 정신이고 사람들을 묶는 에너지다.
2.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하라
최고의 공헌은 통제가 아니라 자율성에서 나온다. 만약 경영자가 구성원의 모든 일을 직접 지시하고 개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포드자동차의 창업자이자 CEO인 헨 리 포드는 실제로 이렇게 일했다. 그는 경영자라는 말 자체를 혐오했으며 전문지식을 가진 경영자들을 감시하고 자신의 지휘 없이도 경영을 하려는 전문경영자를 해고했 다. 포드사는 1920년대 중반에는 지구에서 팔리는 차량의 1/2을 점유할 정도로 성공했다. 그러나 그때 이후 한 번도 미국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1위로 돌아가지 못했다.
자율성은 인간 본성에도 부합하고 노동 특성에도 부합한다. 특히 지식노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당신이 최고로 몰입하고 최고의 성과를 냈던 경험을 돌아보라. 지시와 통제를 받으면서 그랬는지, 아니면 스스로 일에 목표를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상황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수고로 일했는가를. 사람들이 최고의 공헌을 하기를 기대한다면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이 말은 사람들에게 전적인 자율권을 주고 경영자는 그저 지켜본다는 말이 아니다. 그의 역할, 그의 과업에 관한 한은 그 사람이 전적인 책임과 함께 통제권을 가지고 일하도록 보장한다는 말이다. 즉 자신의 일과 노동에 대한 자율적 통제를 의미한다.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전체에 기여할 역할과 책임을 가진 사람이다. 이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자율성 없는 책임은 마찰과 혼란을 일으키고 책임 없는 자율성은 위험을 초래한다. 목표를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는 사람은 자율성을 가질 때 최고로 공헌할 수 있다. 성과달성에 대한 책임,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할 책임, 그리고 자율성이 결합할 때 최고의 공헌을 달성하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고대 로마법에서는 노예가 죄를 지으면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책임을 부담했다. 노예는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와 책임은 분리할 수 없는 쌍이다. 요약하면 올바른 실행의 원리로서 목표에 의한 관리와 자율적 통제는 한 쌍이다. 피터 드러커가 목표에 의한 관리를 주창하면서 사용한 용어는 ‘목표에 의한 관리와 자율적 통제’였다(Management by Objectives and Self Controls)
미국, MORNING STAR(모닝스타)의 자율관리
미국에서 가장 큰 토마토 가공 회사인 Morning Star는 독특한 자율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회사에는 많은 기업 조직이 채택하는 전통적인 계층 구조, 직책, 공식적인 상사가 없다. 대신, 직원들이 자기 자신의 과업에 전적인 책임을 갖는 고도로 분산된 자율 관리모델을 운영한다.
크리스 루퍼(Chris Rufer)가 1970 년에 설립한 Morning Star는 캘리포니아의 Central Valley에서 토마토를 운송하는 단일 트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 최대의 토마토 가공기업으로 진화하여 매년 약 500만 톤의 토마토를 처리하고 전 세계 토마토 제품 시장의 약 10%를 공급하고 있다.
재무 성과 측면에서 Morning Star는 일관된 성장을 보여는데, 2023년 10월 기준으로 이 회사는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를 초과했다고 보고했다. MORNING STAR 의 자율관리시스템 모닝스타 성공의 중심에는 사명중심의 자기관리시스템이 있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 시스템은 전통적인 계층 또는 관리자의 역할 없이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두 가지 기본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1. 자발적 약속: 동료들 사이의 모든 상호 작용과 계약은 자발적 으로 입력되어 진정한 협력을 보장한다.
2. 영광의 약속: 동료들은 신뢰와 책임의 문화를 조성하여 서로의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 이 원칙을 기반으로 관리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핵심장치 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동료이해서한(Colleague Letters of Understanding - CLOUs: 모든 직원은 동료이해서한을 작성하고 이 서한에 개인의 사명, 책임 및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문서는 역동적인 로드맵 역할을 하며 회사의 요구가 발전함에 따라 계속 역할을 수정하고 적응시킬 수 있다. 모든 직원이 작성하는 이 문서는 개인의 사명선언문이자 역할과 책임을 밝힌 문서이고 전통적인 상사가 아닌 직원과 동료 간의 계약 역할을 한다.
분산 의사결정: 직원은 구매, 투자 및 운영과 관련된 사안을 스스로 결정한다. 관리자의 승인 대신에 동료 계약 및 협의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
자기관리팀: 직원은 필요하다면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 이 팀은 주요한 비즈니스 결정을 독립적으로 내릴 수 있다.
시장 기반 보상: 급여는 동료간의 검토를 통해 결정되며 고정 구조가 아닌 개별적 기여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직원들은 과 그들이 산출한 성과/가치에 따라 보상을 협상하고 정한다.
동료 리뷰를 통한 책임: 직원은 동료이해서한에 따라 서로를 평가한다. 지속적인 피드백 루프는 높은 수준에서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시사점: 직원에게 자율적 권한을 부여하고 상호 존중과 책임 문화를 장려함으로써 회사는 경쟁력있는 식품 가공 부문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지시와 통제 가 아니라 자율성과 자기통제를 원리로 하는 운영시스템의 가치를 말해 준다.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계층 구조가 항상 필요하지는 않다. 자기 훈련, 목적 공유, 동료 책임을 핵심으로 하는 시스템을 통해 높은 효율성과 직원 만족도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실행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체 목표에 대한 공유, 역할과 책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강력한 의사 소통 및 직원 간 신뢰가 필요하다. 자율관리시스템은 높은 관리역량을 요구한다. 자율적 관리를 통해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업에 대한 전문성, 자기관리 역량과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신입사원이나 충분한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은 자율적 환경 속에서 오히려 부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올바른 실행에 대한 인식과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훈련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직원의 역량 향상을 통한 혜택이 훨씬 크다.
경영은 실천
경영은 두 개의 시간축을 갖고 있다. 경영자는 현재와 미래의 두 시간축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목표는 미래에 있고 노동은 현재에 있다. 현재의 일과 노동은 조직 목표에 기여하는 최고의 공헌을 지속해서 창출하는 실천이 되어야 한다. 목표 실현이 부진하다면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외부 환경과 상황은 객관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를 바 꿀 수는 없다. 조직은 적응력을 점검해야 한다.
항상 중요한 것은 조직의 실행역량이다. 이것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결정하는 핵심역량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실행력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가?” “우리는 경기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 는가?” “우리는 제대로 경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최고의 자원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성장하는 자원이다. 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는것, 최고의 공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경영자의 첫 번째 과업이다.
Action Point: 경영의 실행은 일이 아니라 목표 달성에 공헌하는 일을 해 내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이 최고의 공헌을 하도록 돕는 것은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이를 위해 다음 질문을 생각해 보라.
1. 우리 조직의 직원들은 최고의 공헌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2. 직원들이 최고로 공헌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요인이 있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3. 직원들에게 질문해 보라. “우리 조직의 목표는 무엇이며, 당신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가?”
4. 경영자로서 직원들이 최고의 공헌을 하도록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5. 나는 어떻게 직원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