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트럼프·시진핑의 기업인 우대 경쟁
[인사이트코리아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은 지금 관세전쟁만 벌이고 있지 않다. 기업인들에 대한 우대 경쟁도 뜨겁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첨단산업 분야 기업 총수들을 국가적 행사나 회의에 초청해 기를 북돋고 경쟁심을 자극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10% 관세 부과에 맞서 2월 10일 중국이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며 2차 미중 관세전쟁이 발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중국 베이징에서 민영기업 좌담회가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좌담회에 미국 기업 오픈AI의 대항마로 중국 토종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스타트업인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참석했다.
올해 나이 마흔인 ‘젊은 영웅’ 량원펑 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자 핀테크 시대를 개척한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 국민 앱 위챗을 보유한 콘텐츠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창업자도 함께 했다.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은 스마트폰·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CATL의 쩡위췬 회장, 중국 최대 가전업체로 최근 전기차 제조에도 뛰어든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 유니트리의 왕싱싱 창업자도 좌담회장 전면에 자리했다.
미국 트럼프 1기 정부 때 터진 1차 미중 무역전쟁 열 달 뒤, 2018년 11월 소집한 첫 민영기업 좌담회에 나란히 불렀던 부동산 개발기업(완커·헝다·비구이위안 등)은 배제됐다. 2차 미중 관세 전쟁 일주일 만에 소집한 이번 회의에 초청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2010년대에 급성장한 정보기술(IT) 플랫폼 및 미국과의 기술패권 다툼 선봉에 선 첨단산업 분야 기업 총수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격화일로인 미국의 압박과 고립 작전에 맞서는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이 읽힌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2020년 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가 중국 정부의 눈밖에 났다. 이런 인물이 초청된 것은 복권(復權)의 신호다. 이를 감지한 알리바바가 클라우드와 AI 분야에 3년간 3800억위안(약 75조원) 투자 계획으로 화답했다. 이는 알리바바의 최근 10년간 해당 분야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자 중국 민영기업 사상 역대 최대 투자액이다.
최고 권력자가 직접 주재하거나 주빈(主賓)인 행사는 국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식 때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 첨단 빅테크 기업 총수들을 연단 앞자리에 배치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미중 양국 두 스트롱맨(Strongman)의 기업인 우대 경쟁은 국제사회가 과거처럼 상호 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각자도생 시대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어떤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던 대통령은 내란 사태 주범으로 탄핵될 상황에 처했다. 공직사회는 복지부동하며 재탕 삼탕 정책을 일삼고, 창업 3~4세대 대기업들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모습이다. 우리는 언제 집단 무기력증을 벗고 혁신의 길을 걸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