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러브콜 쇄도...해외부실 정리 마무리”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인도 하리아나주에 코리아타운 건설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이제 시작이라서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우리 쪽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고, 서로 의견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업도 2년 이상 걸렸다.”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는 대우건설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베트남은 대우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처음에 우리 대우가 50%를, 나머지 50%는 국내 다른 건설사들이 하던 것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분을 우리가 전량 인수해 성공한 케이스다. 우리는 신도시 개발에 초점을 둬서 30만평, 17만평 씩 토지를 확보했다. 타이빈성(城) 끼앤장, 동나이성 연짝 두 군데다. 연짝은 올해 분양에 들어간다. 인·허가가 상당부분 끝나는 등 사업이 꽤 많이 진행됐다. 베트남에서 대우건설은 집적화돼 있다. 40명 정도 직원이 나가 있다. 여기에 약 150명의 베트남 직원을 뽑아 현지에서 대우E&C베트남(DECV)와 THT 등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대우건설 위상은 어떤가.
“베트남 시행사들도 혼자 사업하기 버거우면 ‘대우’를 찾는다. 지금 스타레이크시티 아파트, 타운하우스에는 가격 프리미엄이 많이 있다. 그렇기에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완벽하게 심어져 있다. 현지 기업들은 우리 대우하고 했을 때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호응을 얻는 우리만의 주거문화가 무엇인가.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다 하면 공사비가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다 해 줄 수는 없다. 아파트 같은 경우도 베트남에선 인테리어를 안 해주는데 우리는 인테리어까지 해서 분양을 했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투르크메니스탄에도 방문했다. 어떤 사업 기회가 있나.
“투르크메니스탄은 이제 계약 전이고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본다. 그 이외에도 한 두세 군데 나라에서 지금 저희하고 합의하고 있는 게 있다. 리비아, 이라크 등은 지금 거의 계약 중간 단계에 있고 계속 협상하고 있다. 체코도 조만간 원전사업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원래대로 하면 다 작년에 계약이 되거나 올 초에 계약이 이뤄졌어야 했다. 이들 국가가 선진국은 아니다 보니 조금 폐쇄적인 영역들이 있다. 막 1차 지명됐다 해서 계약이 완료된 게 아니다. 이라크, 리비아,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경우는 계속 열심히 다녀서 계약이 가능토록 만들겠다.”
중단기 목표는 무엇인지.
“이제 우리는 해외 디벨로퍼로 가야된다. 토목과 건축은 특히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이미 한국과 똑같아졌다. 플랜트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을 다 잃어버렸다고 보면 된다. 해외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 가격 면에서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의 최대 건설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회사는 1년에 100조 정도 사업을 진행한다. 튀르키에 업체하고도 컨소시엄을 짰다. 우리 장점을 살려 현지와 협업해 수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원전과 플랜트, 정유·가스 등 고난도의 기술력 있는 사업은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야 플랜트 시장이 전망이 밝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1개 정도 사업을 더 수주하는 게 좋다. 4년 후 경기 안 좋아질 수 있기에 2~3개 정도를 수주하면 우리가 있을 수 있다. 개발 사업은 국내보다는 수익 구조가 좋은 해외에서 하는 게 낫다. 나이지리아에도 곧 사업이 들어갈 거다.”
대우건설 인수했을 당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세평이 많았다.
“직원들은 좀 스트레스 받았을지 몰라도 난 전혀 부담이 된 적이 없다. 최고경영자(CEO)란 모든 것을 솔선수범하는 자리다. 직원들이 오늘 여기 가라고 하면 가고, 저기 가라고 하면 저기 가고, 마치 ‘아바타’처럼 일한다(웃음). 1년의 3분의 1 이상을 해외에 있는 편이다. 그랬기에 오랜 기간 공사비를 받지 못했던 현장, 적자가 나 있는 현장의 문제를 거의 다 해결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내버려 두거나 아무도 안 쳐다본 현장을 다 찾아가 95% 정도 사업을 회생시켰다. 해외 부실사업은 거의 정리가 됐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어느 나라는 ‘대한민국이 계약금을 가져간 첫 번째 국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래 비전을 설명해달라.
“대우건설이 해체된 뒤 ‘대우’라는 이름을 쓰는 법인은 우리 대우건설 하나만 남았다. 주변에서 사명 개명과 중흥과의 통합을 말하는데, 솔직히 현재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중흥은 중흥대로 키우고 대우는 대우대로 키우면 된다. 우리 건설산업의 상징인 대우를 굳이 없앨 필요가 있을까. 설립자인 김우중 회장이 기초를 다진 대우의 자산을 후대가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정 회장은 평소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걸로 유명하다. “오늘 저녁 소맥이나 한잔 어때?” 대우건설에서 정 회장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은 빈번한 일이다. 그는 “본래 건설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취미는 산악 트래킹이다. 트래킹 마니아답게 그는 백두대간 호남정맥, 금남정맥 코스를 모두 경험했다. 인터뷰 말미에 지금까지 오른 산악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은 어디였는지를 묻자 그는 “산악인들 사이 이런 말이 있다. 오늘 다녀온 산이 가장 힘들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위트있는 대답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지난해 8월 지인들과 함께 몽골 복드칸 산 체체궁 정상에 오른 뒤 찍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영상에서 그는 “느림보 거북이 드디어 해냈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속도는 느리지만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는 대우건설과 정 회장 모습이 바로 ‘느림보 거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