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 조선소 인수 고려”...트럼프 2기는 기회다
1600조원 美 군함 시장, 트럼프 뜻은 현지 ‘직접 투자’ HD현대重, 최근 美 방문해 조선소 인수 가능성 밝혀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수주 릴레이를 펼쳤고 역대 최대 실적도 경신했다. 올해 역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퀀텀점프를 노려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미국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현지에서 주목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선 경쟁사 한화오션에 한 발짝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한화그룹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조선업에 뛰어든 사실상 새내기나 다름없어 향후 HD현대중공업의 존재감이 더욱 확대될 확률이 높다.
이에 발맞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적극적인 미국 진출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HD현대중공업 관계자가 미국을 방문해 현지 조선소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시간을 갖고 MRO 등 사업 참여를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취임 한 달여 만에 관세 정책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달 초 미 의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기는 법안이 발의된 점도 정 수석부회장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美 러브콜 받는 HD현대...현지 조선소 인수 추진하나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지난 19일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 모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드슨연구소는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싱크탱크로 트럼프 2기를 맞아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미 해군 퇴역 관료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지난해 HD현대중공업과 같은 한국 기업을 통해 미국의 해상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미국이 HD현대의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마이클 로버츠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HD현대가 한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유리하지만 미국은 이를 반기지 않는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지훈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책임은 "핵심은 양국의 협력"이라며 "HD현대는 미국 내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방산 산업 역량 강화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MRO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도움과 협력을 미국 내 생산 거점에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
백악관이 최근 현대제철의 미국 ‘직접 투자’를 거론하며 관세 정책 모범 사례로 홍보한 것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알 수 있다. 한화오션은 같은 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일각에선 HD현대가 결국 현지 조선소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완전히 배제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HD현대가 국내에서 건조해 수출하는 방식을 고집할 경우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미국 시장에서 소외될 우려가 상당한 탓이다.
실제 미 해군은 지난해 기준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으로 구매 비용만 1조750억 달러(약 1562조원)에 달한다. 향후 30년간 16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현지 조선소 지분 투자나 임대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