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서강현號, 中 덤핑관세 반사이익...노조 리스크도 넘나?

산자부, 中 후판 덤핑 관세 부과...실적 개선 기대 노조와 갈등 해소 과제...해결 시 그룹 내 위상 ↑

2025-02-24     심민현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포스코와 함께 국내 철강 ‘투톱’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제철이 실적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가 지난해 실적 악화 주범으로 꼽혔던 중국산 저가 철강에 대응할 수 있는 견제 장치를 마련해 주면서다. 

다만 노동조합(이하 노조)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철강업계 불황 속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서강현 사장이 노조 리스크까지 해결하면 그룹 내 입지는 더욱 탄탄해 질 전망이다.

中 후판 덤핑 관세 부과...현대제철 실적 개선되나

2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후판에 수출 기업별로 27.91~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의결했다. 덤핑 방지 관세는 무역위원회가 조사 후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고 정부가 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중국 업체의 저가 후판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반덤핑 제소를 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선박이나 교량 등 건설 자재로 주로 사용된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에 비해 20∼40%가량 저렴하다.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으로 생산 기업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3곳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후판 매출 비중이 15%에 달해 동국제강 다음으로 저가 중간산 후판 공습 피해가 크다. 실제 지난해 2023년 대비 61% 감소한 31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0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후판에 이어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가될 가능성이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조만간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의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역시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이 비정상적으로 싼값에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다. 

열연강판은 쇳물로 만든 평평한 판재인 반제품(슬라브)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3㎜ 두께로 가공한 강판을 뜻한다. 냉연강판을 비롯해 도금강판, 컬러강판, 강관 등 대다수 판재류의 기초 철강재로 쓰인다. 

업계에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연간 생산하는 열연강판 물량을 약 3000톤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기업이 국내에 공급하는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10~20%가량 저렴한 가격에 들어오고 있어 후판과 마찬가지로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제철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현대제철>

서강현, ‘노조 리스크’ 해결하며 그룹 내 위상 높일까

서 사장은 이같은 정부의 지원 사격으로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있다. 노조와의 갈등 해소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교섭을 마무리 짓기 위해 경영 성과금과 독려금, 생활안정 지원금과 더불어 기본급 400%와 10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총파업 준비에 나섰다. 교섭보다 500만원 인상된 제시안에도 그룹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기본급 500%와 1800만원을, 현대위아는 기본급 400%에 1700만원(주식 포함) 등 내용이 담긴 임단협에 합의한 바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금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 사장의 협상 방침은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데 있다. 2023년부터 철강업계가 장기간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 다수도 결국 노조가 사측의 제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대제철은 이날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PL/TCM 설비에 대해 부분 직장 폐쇄를 실시했다. 사측은 부분폐쇄 공고문을 통해 “노조 파업으로 인해 정상적 생산 활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며 “부득이하게 직장 폐쇄를 공고한다”고 말했다. 

PL/TCM은 냉연강판 소재인 열연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후공정인 냉연강판 생산 라인으로 보내기 위한 사전 압연을 하는 설비다. 현대제철은 이번 부분 직장폐쇄로 27만톤가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하고 손실액이 2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서 사장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노조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며 “이번 힘겨루기에서 승리할 경우 그룹 ‘재무통‘을 넘어 리더십 측면에서도 정의선 회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신임이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