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트럼프 취임식 상석 앉은 기업인들

2025-01-31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인사이트코리아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한 기업인들 면면과 그들이 앉은 자리가 화제다.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찍이 대선 캠페인에 참여하며 막대한 후원금을 내놓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등.

눈길을 더한 것은 취임식 자리 배치다. 빅테크 수장들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 바로 뒤 두 번째 줄에 나란히 앉았다. 빅테크 CEO들에게 상석을 배정함으로써 각별히 예우했다. 그들 중에는 저커버그 메타 CEO와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불편한 관계였던 이들도 있었다.

저커버그 CEO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의사당 난동 때 악화했다. 의사당 난동 사건 이후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에 분노한 트럼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직접 설립했다. 베이조스와의 불편한 관계 배경에는 트럼프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신문 워싱턴포스트(WP) 가 있었다. 자신에 대한 WP의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을 시작한 2015년 말부터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을 공격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18년에는 “미국 우체국이 아마존 택배를 배달할 때마다 손해 본다”며 트집을 잡았다. 아마존이 다른 대형 판매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할인된 택배 수수료를 내는데 도 WP가 미운 트럼프는 주인이 같은 아마존에 화살을 쏘아댔다. 베이조스는 2013년 WP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옛 악연을 털어내는 VIP 상석 배려였다. 대기업의 거액 후원에 대한 답례 차원이 라는 비판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취임식 의전을 통해 ‘기업 친화’ ‘시장 친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얻었다. 취임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 해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기로 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 AI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만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중국 등과의 AI 경쟁에서 유리해진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이 배석 해 트럼프를 칭송했다. 트럼프는 정치인·관료 출신을 다수 기용했던 1기 행정부와 달리 이번 에는 신기술·투자에 능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곳곳에 영입했다.

J.D.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복지부 차관, 가상화폐·AI 최고책임자, 인사관리처 책임자 등을 실리콘밸리 출신이 차지했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와 정치권, 사회가 시장경제와 고용창출의 주역인 기업과 기업인들을 어찌 대하는가. 권력자들은 걸핏하면 기업인들을 불러 해외 순방이나 정치 이벤트의 ‘병풍’ 역할을 주문한다. 국회는 국정감사 때 범죄 혐의자 부르듯 소환한다. 기업인들을 중용하거나 대접하 진 않더라도 적어도 정상적으로 하는 일을 방해하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