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흔적 지우기’...한진, 아시아나 임원 인사 후폭풍

합병 후 첫 인사서 아시아나 출신 대거 ‘물갈이‘ ‘조원태 달래기‘에도 임직원 불만 목소리 커져 부산 시민단체 “에어부산-진에어 통합 아니냐”

2025-01-21     심민현 기자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항 계류장 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첫 임원인사를 실시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임원 상당수를 퇴임시켜 후폭풍이 거세다. 

합병 전부터 일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패싱‘ 가능성이 사실상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이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는 등 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될 조짐이다.

아시아나 출신 임원 대거 ‘물갈이‘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16일부로 대한항공, 한진칼 및 아시아나항공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물론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진행된 통합이기에 인수·합병(M&A) 이후 기존 아시아나항공 임원 자리에 일부 대한항공 임원 투입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당초 약속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흔적 지우기‘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최근까지도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증가할 사업량에 따라 인력 소요도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며 일부 중복 인력도 필요 부문으로 재배치하면 문제가 없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번 임원인사에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 재무 등 핵심 분야에 자사 임원을 전면 배치하며 37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나항공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그 결과, 아시아나항공 임원 30명(수석부장 제외) 중 12명이 회사를 떠났다. 35년 ‘아시아나맨‘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 역시 고문으로 물러나고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이 해당 자리를 꿰찼다.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6년간 아시아나항공에 몸담은 두성국 에어부산 대표 대신 정병섭 대한항공 여객영업부 담당 상무가 대표로 취임했다. 에어서울도 김중호 전 대한항공 수석부장이 대표 자리에 올랐다. 반면 대한항공 LCC 자회사 진에어는 박병률 대표를 유임했다.

특히 합병 결정 이후 에어부산이 진에어에 흡수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해온 부산 지역 사회는 이번 임원인사를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과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에어부산의 임원진을 대거 대한항공 출신으로 선임한 것은 부산을 패싱하고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을 장악해 진에어로 통합한 뒤 인천으로 끌고 가려는 속내를 보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아시아나 임직원 불만 목소리 커져

대한항공 중심의 임원 인사를 지켜본 아시아나항공 내부 분위기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대한항공이 통합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을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현실은 첫 인사부터 임기를 채우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임원들까지 물갈이한 것“이라며 “머지않은 시점에 평직원들 역시 같은 처지로 몰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조원태 회장은 지난 16일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 이후 임직원들을 상대로 인트라넷에 메시지를 게시했다. 조 회장은 자신을 ‘아시아나항공 회장‘이라고 지칭하며 “통합 항공사는 한 회사에 다른 회사가 흡수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될 것이고 아시아나항공만의 고유한 문화와 자산이 사라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의 구조조정 관련 약속에 주어가 없다 보니 생긴 오해라고 본다“며 “노동 시장이 경직된 우리나라 현실상 유일하게 대한항공 색채를 입힐 수 있는 조직은 임원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반 직원 구조조정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