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포스코 살려라” 특명...이희근 사장, 鐵 보릿고개 넘는다
실적 부진에 파이넥스 화재 이슈로 시끌 2년차 장인화 회장 ‘조력자‘ 역할 치중할 듯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이희근 포스코 신임 사장이 ‘포스코 살리기’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취임했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놓여있다는 우려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장인화 회장은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조직 쇄신을 위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사장이 대부분 물갈이된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곳은 주력 사업인 철강을 담당하는 포스코였다.
장 회장은 임기 첫해였던 지난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같은해 2월 회장 내정자 신분으로 이뤄진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최정우 당시 회장 측근으로 꼽히던 이시우 사장이 단독 대표로 선임된 탓이다. 이시우 사장은 지난해 내내 전임 회장 경영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희근 사장, ‘장인화표 물갈이 인사‘ 핵심
안정적인 경영기조에도 포스코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파이넥스 공장 화재 등 악재까지 터졌다. 이는 장 회장의 대대적인 인사 빌미가 됐다.
장 회장은 지난해 12월 23일 문책성 인사로 변화의 포문을 열었다. 인사 키워드는 ‘전임 회장 지우기‘였다. 그 결과 이시우 사장이 교체됐고 대타로 이희근 설비강건화TF팀장이 사장으로 승진 발령 났다.
이희근 사장은 포스코 내 대표적인 ‘장인화 라인‘으로 분류된다. 장 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전진 배치해 회사 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또 그래야만 장 회장 고유의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희근 사장은 1962년생으로 전북대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석사를 이수했다.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 포스코엠텍 대표, 포스코 안전환경본부장을 역임한 철강 전문가다.
안전환경본부장 임기 이후에는 포스코 사내이사, 비상임고문을 맡았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화재 사고 관련 설비강건화TF팀장으로 복귀했다. 업계에서 장 회장과 비슷한 덕장형 리더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희근 사장 선임을 일찌감치 예상했다. 전임 사장 역시 안전환경본부장을 거쳐 포스코 사장 자리에 올랐던 만큼 포스코 내에서 안전환경본부장은 사장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관문인 데다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TF팀장으로 돌아온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장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이 파이넥스 공장 화재 사태인 것도 안전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이희근 사장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이희근 사장은 지난 3일 취임사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제철소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기술, 생산, 품질은 무엇보다도 노사 화합과 안전한 일터에서 출발한다“며 “안전은 회사의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며 특히 중대재해는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2년차 맞은 장인화號, 이희근 ‘조력자‘ 역할 절실
안전 뿐만 아니라 장 회장이 임기 2년 차를 맞이하는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이희근 사장의 조력자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줄어들며 상반기에 이어 다시 한번 부진을 이어갔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여파로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변명도 올해는 먹혀들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를 장인화 라인으로 재편한 만큼 이희근 사장 등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실적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야 한다.
이희근 사장의 첫 번째 과제는 해외 사업 재편 완수가 꼽힌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해외 사업 무게 중심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있다. 중국 유일의 제철소인 장자강 포항불수강 매각을 진행하고자 자문사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 75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돼 있다.
반면 인도에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 인구 1위(14억5093만명)을 자랑하는 인도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철강·이차전지소재·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핵심은 포스코와 JSW그룹이 인도 오디샤주에 대형 일관제철소를 합작으로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포스코 내부에선 이희근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최종적인 제철소 건설까지 협상을 원만하게 이끌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