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현대제철 서강현 대표, ‘정의선, 미국 공략‘ 발판 마련
재무구조 개선 작업 성공…취임 1년 만 부채비율 ↓ 현대차 시절 재무통 명성 자자...정 회장 신임 듬뿍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가 철강업계 보릿고개 와중에도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국 ‘직접 투자’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구조 속 ‘철강 공급‘을 맡고 있는 현대제철 특성상 역대 최고경영자(CEO)들의 존재감이 흐릿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서강현 대표는 정의선 회장이 자신을 발탁한 이유를 빠르게 증명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 서강현 발탁 이유 있었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취임한 서 대표의 지난 1년여 허리띠 졸라매기가 정의선 회장의 미국 직접 투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과 미국에 7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부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주(州) 정부와 투자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해 2029년께 제철소를 완공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현지에서 ‘쇳물 생산’에 직접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 비용 절감 등과 함께 현대제철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연 35만대 생산)과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연 33만대 생산)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연 30만~50만대 생산 계획)까지 완공될 경우 자동차 강판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0조원이 넘는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당사자 현대제철 재무 상태가 엉망이었다면 정 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진단이다. 결국 2023년 연말 인사에서 ‘재무통‘으로 명성이 자자한 서 대표를 발탁한 것이 정 회장의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서 대표는 2013년 현대차 경영관리실장 이사대우로 임원 생활을 시작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차 회계관리실장을 지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21년 다시 현대차 CFO로 자리를 옮겨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 달성에 일조하며 재차 능력을 입증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서 대표를 향한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강현 취임 이후 부채비율 하락
서 대표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실적 악화 속 차입금 등 부채를 낮추는 것이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산업 부진,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악재가 겹치며 철강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단 살림살이를 축소, 장기전에 대비해야 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또 전임 대표 시절 추진됐던 이차전지소재 사업 진출을 철회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9조7000억원 가량의 외부 차입금이 있어 재무구조를 위협하는 미래 투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현대제철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은 75.8%로 전년 동기 대비 2.4%p(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부 차입금 역시 8조원대로 줄었다.
서 대표는 철강업계 어려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올해 역시 보수적인 경영 스탠스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끊임없는 체질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