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내부 경쟁 끝내고 ‘원팀’ 시작...‘수주 대박’ 다시 쏜다
기회의 트럼프 2기...손 맞잡은 HD현대·한화오션 한화 방산 2사·LIG넥스원도 정부 중재로 갈등 해소 4대 강국 스타트...올 방산 수출액 240억 달러 전망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지난해 내부 분열을 딛고 원팀으로 뭉쳐 다시 한번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워낙 막대한 금액이 걸려 있어 수주전에서 선뜻 양보하기 쉽지 않음에도 ‘K방산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를 위해 손을 맞잡은 모양새다. 정부는 이같은 단일대오를 유지해 올해 방산 수출 목표 24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HD현대·한화오션, 기회의 트럼프 2기 앞두고 화해 모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등 수주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심지어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KDDX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규모만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양사는 그동안 기본설계 개념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전격 취소하며 갈등 해소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발 취소 배경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한 살 터울로 재계에서 유명한 절친이다.
또 같은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군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협력을 요청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갈등을 이어갈 경우 올해 본격화될 MRO 수주에서 힘이 분산돼 경쟁국에 밀릴 수 있는 탓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선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 디딤돌을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양사 협력 의지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미국과 협력은 새로운 기회“라며 “국가대표 K방산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지난해 방산 사업 수출은 처음으로 내수를 넘어섰다“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인다는 책임감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모두 협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가를 먼저 강조하며 갈등 요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 방산 2사·LIG넥스원, 정부 주재로 갈등 해소
중동 수출과 관련 얼굴을 붉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하 한화)와 LIG넥스원 갈등도 봉합되는 분위기다. 양사는 지난해 9월부터 약 3조7000억원 규모로 체결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 계약 세부 사항을 놓고 힘겨루기를 해왔다.
천궁-Ⅱ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핵심 자산이다.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납기와 가격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 반면 LIG넥스원은 계약을 앞두고 한화 측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도 갈등 봉합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3개 회사 모두 이라크 수출 계약을 실적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처럼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발벗고 나섰다. 양사는 방사청 중재로 지난해 9월부터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같은해 12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용 천궁-Ⅱ의 구성품을 LIG넥스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는 등 양사는 이라크 관련 문제의 앙금을 풀어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은 95억 달러를 기록했다. 방사청은 올해 방산 수출 예상액이 폴란드 K2 전차·사우디 무기획득사업(10억 달러)등을 포함해 총 240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방사청은 오는 2027년 우리나라가 중국을 제치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과 함께 4대 방산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