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도 임원...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차별없는 기업문화가 ESG”

지난해 인사서 김화중 PWM부문대표 등 여성 리더 대거 발탁 대우증권 인수 때부터 ‘남녀 차별 없는 조직 문화’ 중요성 강조 수익창출부서 임원 19.1%가 여성…업계서 손꼽히는 비중

2025-01-02     이숙영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미래에셋>

[인사이트코리아 = 이숙영 기자] 증권가는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여성이 승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여성 임원이 대거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변화 뒤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여성 리더 육성 노력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여성 인사를 다수 발탁했다. 김화중 PWM부문대표와 문지현 글로벌 전략팀 상무가 승진했다. 이와 함께 30대 젊은 여성 리더도 등장했다. 1987년생인 이제은 인수합병(M&A)팀 이사대우가 주인공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박 회장이 새로 신설한 PWM부문 리더를 여성 임원에게 맡겨 화제가 됐다. PWM부문은 초고액 자산가를 위해 만들어진 부서로, 그 아래에 패밀리오피스센터를 둬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자산가를 위한 솔루션‧컨설팅 제공부터 프라이빗 상품 공급 등 세일즈를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성 인재 발탁 뒤에는 박 회장의 ‘남녀 차별 없는 조직문화’ 신념이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대우증권 인수 때부터 여성 리더 육성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당시 대우증권에는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남성 직원 중심 사풍 때문에 여성 임원이 없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여성 임원 4명을 신규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최측근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가 ‘여성 약진’을 염두에 둔 인사를 지속하며 여성 인력 강화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에 미래에셋증권은 대형 증권사 중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곳으로 손 꼽힌다. 미래에셋증권 2024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IB, WM 등 수익부서 임원 157명 중 30명이 여자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임원 가운데 19.1%다.

특히 프라이빗뱅커(PB) 임원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57명 중 30%에 달하는 17명이 여성이다. 증권사 PB는 좋은 상품을 찾아 고객에게 소개‧판매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이에 여성들이 강점을 보이기 좋은 환경으로 여성 승진 인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 직원 중에서도 친절함, 상냥함 등을 갖춘 인력들이 영업 현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미래에셋은 실력이 있다면 성별과 무관하게 빠르게 승진시키는 만큼 현장에서 여성 리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차별 없는 조직 문화 덕에 미래에셋증권에는 여성 인력이 몰리고 있다. 이 회사의 여성 인력 비중은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 2024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직원 3470명 중 44.9%(1560명)가 여성이다.

육아휴직 이용인원도 늘고 있다. 여성 육아휴직 이용자는 2021년 126명에서 2023년 164명으로 늘었다. 뿐만 아니라 남성 육아휴직도 2021년 12명에서 2023년 32명으로 늘었다. 경쟁사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1명이었던 점과 비교된다.

지난해 7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AIB 올해의 국제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하고 국제경영학회 콘퍼런스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미래에셋>

미래에셋증권은 여성 인재 육성 외에도 ESG(친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 전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회장이 ESG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제경영학회 콘퍼런스 ‘AIB 2004 서울’에서 “ESG가 리스크 관리 출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건 ‘미래에셋박현주재단’도 운영 중이다. 이 재단은 지난 2000년 설립된 후 국내외 장학사업, 나만의 책꿈터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왔다. 재단 주요 사업인 해외교환 장학사업으로 올해만 479명이 해외로 파견됐다.

박 회장 주도 아래 미래에셋증권은 한국ESG기준원이 실시한 2024년도 ESG평가에서 종합등급 A를 획득했다. 3년 연속으로 증권업계 최고등급을 받은 것이다. 환경과 사회공헌에서 각각 A+, A 등급을 받았다. 향후 미래에셋은 ESG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와 운용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한다’는 ESG경영미션을 기반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