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대 그룹 키워드④ LG] 구광모 “‘ABC’로 LG 대혁신 시동 켠다”

美 트럼프 정부 정책으로 전자·배터리 타격 우려 안정 속 ‘ABC’ 강조…핵심 계열사 대표 대부분 유임 내년 LG전자 인도법인·LG CNS IPO 추진

2024-12-20     정서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5년 신년사에서도 ‘ABC’를 강조했다.<LG>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이에 대한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차분히 새해 사업계획을 세우려던 대기업 총수들의 머릿 속도 복잡해졌다.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불안한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때 총수들은 어떤 사업구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꼽는 당면 과제는 무엇일까. <인사이트코리아>는 기업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의 자문을 통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새해 구상을 키워드로 살펴봤다.

[인사이트코리아 = 정서영 기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전략을 짜야 하는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LG그룹 총수 구광모 회장으로선 고민이 깊어만 갈 것으로 보인다. 미래 먹거리로 삼은 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일명 ABC 사업을 확장해야 할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부과 등 암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LG그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고관세 정책은 부담이다. 전자·배터리 등 LG그룹 계열사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뿐만 아니라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 몬테레이, 라모스에서 가전과 전기차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가전 업체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 부담이 낮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는 경우가 많다.

LG전자 직원이 멕시코 레이노사에 위치한 TV 생산라인에서 LG 올레드 TV를 생산하고 있다.<LG전자>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와 보편관세 부과 등도 예고했다. 배터리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폐지와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는 관련 업계에겐 악재다.

LG그룹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대관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현지 대관 조직인 LG 워싱턴사무소가 이달 초 현지 로비 업체 ‘캐피톨 카운슬’과 계약을 체결했다. 전자나 배터리 등 사업과 관련해 관세와 공급망 등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현지에 피력하기 위함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워싱턴DC 상원의원 건물에서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과 면담한 뒤 “한국, 특히 LG가 미국에 많이 투자했고 앞으로도 투자하게 될 텐데, 이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발전에 좋은 일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정부가 들어오든 약간의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은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저희 기업은 어떤 변화가 와도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변화가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 속 ABC…또다른 전략은 IPO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구 회장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안정’을 택했다.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유임됐다.

안정을 택하는 동시에 ABC를 중심으로 한 미래 준비에도 나섰다.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를 ABC 분야에서 발탁했다. 특히 AI 분야에서 80년대생 3명을 신규 선임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구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도 ‘ABC’를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시간 가치를 높이고,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AI와 스마트솔루션, 건강한 삶과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바이오, 클린테크까지 그룹 곳곳에서 싹트는 혁신의 씨앗들이 미래의 고객을 미소 짓게 할 반가운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LG그룹의 또다른 전략은 ‘기업공개(IPO)’다. 계열사들의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LG전자는 인도, LG CNS는 한국에서 IPO를 추진 중이다. 특히 LG그룹에서 AI 사업을 추진하는 정보기술(IT) 계열사 LG CNS는 내년 국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시장에선 LG CNS 상장 시 기업가치는 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인도법인 IPO를 공식화했다. LG전자는 지난 6일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인도법인 상장예비심사청구서(DRHP)를 제출했다. 통상 3개월간의 심사를 거치는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내년 상반기 상장할 전망이다. LG전자 측은 “시장 상황과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최종 상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