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트럼프 원픽' 방산에 그룹 역량 집중

한화에어로, 공화당 가까운 방산 전문가 마이클 쿨터 영입 한화디펜스USA 법인장에 미 해군 출신 마이클 스미스

2024-12-17     심민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이 지난달 14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한화 보은사업장을 방문해 한화 글로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화>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지난달 15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 회장직에 오르며 그룹 내 방산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재계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2016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고 당시 트럼프 1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약한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와 20년 이상 관계를 이어온 사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로 잘나가던 국내 방산업계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지만 한화에어로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트럼프 2기에서 K-9 자주포와 항공엔진 부문에서, 한화오션은 미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과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다. 시작은 트럼프 당선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인사에서 시작됐다.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대표.<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 美 방산 전문가 마이클 쿨터 영입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16일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한화에어로는 국내와 해외 사업을 이원화해 국내 사업은 손재일 대표, 해외 사업은 쿨터 대표가 맡는다. 쿨터 대표는 한화에어로뿐 아니라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해외 사업까지 담당한다.

쿨터 대표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DRS,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대형 방산업체에 사장 등 고위직으로 15년 넘게 몸담은 방산 전문가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 매출 기준 제너럴다이내믹스는 세계 5위, 레오나르도는 13위였다. 한화에어로는 24위다.

한화에어로가 쿨터 대표를 영입한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민관 양쪽에 높은 이해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쿨터 대표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지냈다. 미 해군 장교로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합동참모본부, 국방정보국, 해군정보국, 해군 작전 참모총장실도 거쳤다.

쿨터 대표는 현재까지도 공화당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미국 외교협회 멤버로 활동 중인 것이 그 방증이다. 한화에어로는 쿨터 대표 인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소통, 방산 수출에서의 수혜를 기대하는 눈치다.

쿨터 대표 영입은 한화오션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 군함 MRO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MRO 최강자로 지난 4월 미 국방부로부터 첫 일감을 따낸 뒤 추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방산 업계 일각에서 해양 방산에서의 약진이 기대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정 운영에서도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MRO(조선업 수리)분야 또 다른 강자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쿨터 대표의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한 인적 네트워크가 작용할 경우 걱정은 기우로 마무리될 수 있다.

방산 사업에 그룹 역량 집중하는 김승연 회장

쿨터 대표 영입 외에도 한화에어로는 트럼프 2기에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지난 8월 한화디펜스USA 법인장으로 미 해군과 록히드마틴 등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마이클 스미스를 임명했다. 마이클 스미스는 미국 방위산업협회(NDIA) 이사회 멤버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쿨터 대표 영입을 계기로 미국 등 글로벌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육해공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초일류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