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냐 중단이냐...장인화 포스코 회장, 3파이넥스 재개 고민
포항 3파이넥스 공장 중장기 중단 소문 커져 일본 등 해외 전문 설비 업체에 수리 여부 의뢰 막판까지 고심...내부 사기·인력 재배치 등 고민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연달아 화재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재가동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무게 추는 가동 중단 내지는 폐쇄 쪽에 조금 더 기울었다는 전언이다. 최근 철강업황 부진, 3파이넥스 공장 화재, 노조 파업 등 악재가 겹치며 취임 첫해부터 위기를 맞은 장 회장으로선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3파이넥스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 시사
13일 <인사이트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장 회장은 치열한 내부 회의를 거쳐 최근 3파이넥스 공장 가동 중단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보고 등의 절차도 밟고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위치한 3파이넥스 공장은 지난달 2주 간격으로 화재가 나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넥스 공장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월 13일 2파이넥스 공장 성형탄 설비에서 불이 나 가동이 일시 중단됐고 3명이 다쳤다. 2013년 3월 22일에는 1파이넥스 공장 용융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1파이넥스 공장은 상용화 전 데모플랜트로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2019년 7월 6일에는 2파이넥스 공장에서 조업 중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겨 연기가 다량 배출됐다. 2년 전 경북 포항시 일대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도 파이넥스 공장 안정성에 악영향을 줬다.
이번 3파이넥스 공장 화재로 파이넥스 공법이 적용된 고로 모두에서 사고가 났다. 해당 사고는 모두 근무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에 발생에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추후 주간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관리 부실의 이유로 최악의 경우 최고경영자인 장 회장에게로 불똥이 퇼 수 있다.
사태 심각성을 파악한 장 회장은 지난달 26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한데 이어 ‘설비강건화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해 현장 점검을 지시했다.
업계에선 화재 사고 원인을 산소 주입용 풍구(風口)에서 찾는다. 일반 고로가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다면 파이넥스 고로는 풍구라는 구멍에다 100% 산소를 불어넣어 온도를 높이는 탓에 폭발 위험성이 크다.
장 회장은 풍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등 해외 설비 수리 업체를 알아보라고 지시했지만 기간, 비용 등에서 이견을 보여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내부에선 내년 상반기 정상가동을 목표로 설비 수리에 나서는데 3000억~4000억원가량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외 업체에 수리를 맡겨도 화재가 재발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고로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또 “중국산 저가 철강재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포스코가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 연간 조강 생산능력은 약 4300만톤이다. 이 중 3파이넥스 공장의 전체 쇳물 생산량 200만톤은 전체의 약 5%를 차지한다. 유일하게 가동 중인 2파이넥스 공장 연간 생산량이 150만톤이다.
경영 효율 측면을 따져봤을 때 장 회장 입장에선 5%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했듯 현재 철강업계는 총체적 위기에 놓여있다.
마지막까지 고심 거듭, 직원 사기 저하 우려
다만 장 회장이 마지막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는 파이넥스 공장이 포스코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탓이다.
포스코 내부에선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 기술은 그룹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야심작이다. 장 회장 본인이 1998년 RIST 연구원으로 입사한 연구통이다. 2009년 RIST에서 강구조연구소 소장까지 지냈다. 여느 회장과 달리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촉발될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우려된다.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1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1993년 오스트리아 철강회사 푀스트알피네 원천기술을 들여와 독자 상용화한 공법이다. 2007년 5월 첫 상업생산 당시 ‘혁신 기술‘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내부 조직 체계에서도 파이넥스는 이미 하나의 완성된 체계로 자리 잡았다. 전담 조직을 통해 기술 개선과 설비 확충에 주력했고 파이넥스추진반장 같은 임원직을 신설해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3파이넥스 공장 가동 중단 여부는 알지 못한다“며 “설비강건화 TFT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설비 점검을 실시 중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