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오너家 4세 장선익...철강 칼바람 속 경영보폭 넓힌다
장세주 회장 장남, 동국제강 이어 동국씨엠 구매실장 겸직 그룹 내 존재감 확대, 향후 승계 밑그림 포석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철강업계가 중국발 저가 철강 유입과 미국발 관세 폭탄 우려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철강업계 3위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 장남 장선익 동국제강 구매실장(전무)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오너가 4세 장선익, 동국제강 이어 동국씨엠까지 맡아
4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은 지난달 29일 단행한 인사를 통해 동국씨엠에 구매실을 신설하고 장 전무를 실장에 발령했다. 앞서 그는 2년간 동국제강 구매실장으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1982년생으로 서울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장 전무는 2007년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지난 2016년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며 한차례 소동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랬기에 직원들과도 서슴없이 잘 어울린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동국씨엠 구매실장을 겸하게 한 것은 업황 부진 속 선방하고 있는 동국씨엠의 경영 성과를 장 전무의 공으로 돌려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매담당은 철강 기업의 핵심 보직이다. 철강 사업 영업이익이 매출원가 절감에 달려있는 탓이다.
아버지 장 회장이 과거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대중적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장 전무를 전면에 세워 확실한 후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현재 장 전무 동국홀딩스 지분은 2.5%다.
효자 계열사 성장시킬 경우 그룹 내 지배력 강화
동국제강은 재계에서 장자승계를 고수하는 기업이다. 전제 조건은 일반 직원과 다름없는 현장 경험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장 전무도 동국제강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해외지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입사 2016년 이사, 2022년 12월 전무로 승진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8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키며 장 전무 승계 작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 회장(32.54%), 장세욱 부회장(20.94%) 지분에 한참 못 미치지만 향후 동국인베스트먼트 외연을 확장해 승계 자금 마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씨엠은 3분기를 제외하고 준수한 성과를 냈다. 이는 컬러강판 덕분으로 럭스틸·앱스틸 등 프리미엄 컬러강판 제품 위주 수익성 중심 영업 전략을 통해 실적을 개선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국씨엠은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100만톤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DK 컬러 비전 2030’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향 컬러강판 수출 대응 강화를 위해 4월 독일에 유럽지사를 설립해 현지 고급화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럽은 동국씨엠 건설 자재용 컬러강판 수출 40%를 차지한다.
동국제강 오너일가 입장에선 장 전무가 동국제강 구매실장만 맡아 적자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보다 동국씨엠 구매실장을 겸직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 성과가 쌓여야 회사 내에서 인정 받을뿐더러 향후 승계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 전무가 그간 동국씨엠 경영과 전혀 무관했던 것도 아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컬러강판 업계 4위 아주스틸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만들어냈다.
동국씨엠은 올해 8월 아주스틸과 지분인수관련 기본 계약을 맺은 뒤 지난달 주식매매계약(SPA) 및 신주인수계약(SSA)을 체결했다. 최종 거래 규모는 총 1194억원으로 아주스틸 지분 59.7%를 확보하게 된다.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면 동국씨엠은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이 29.7%에서 34.4%까지 올라가며 업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장 전무의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면서도 “회사 내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