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 회장 ‘메가 캐리어‘ 이륙 완료...수송보국 꿈 이룬다

조원태, 선대 수송보국 새기고 4년간 기업결합 대장정 완수 외부 알려진 것과 달리 경영 능력 우수, 내부 평판도 긍정적 재계 “이제 첫 발 뗐을 뿐 과제 산적...조 회장이 풀어낼 것“

2024-11-29     심민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수송보국(輸送報國·수송으로 조국에 보답한다)’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조부, 부친에 이어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한진그룹이 지켜온 수송보국의 정신, 수송을 통해 조국에 보답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자는 의지가 다시 한번 빛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승인을 앞두고 조부의 뜻을 이을 것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기업결합 마지막 관문 통과, ‘메가캐리어‘ 탄생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European Commission·EC)은 전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최종 승인했다. 

미국 법무부(DOJ) 심사가 남았지만 업계에선 EC의 승인으로 기업결합이 사실상 성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DOJ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는다. 양사 합병에 대해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승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 연내 최종적으로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승인의 이면에는 심사 승인을 위해 지난 4년간 밤낮없이 동분서주한 조 회장의 열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올해 6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우린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은)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2019년 조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재계의 시선은 탐탁지 않았다. 20~30대 시절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됐던데다 같은 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부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워낙 컸다. 막중한 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있겠냐는 의문이 뒤따른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다. 업계 일각에선 조 회장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뉴시스>

조원태 숨겨진 리더십 빛났다

하지만 조 회장은 위기를 되려 기회로 삼고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선대의 수송보국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대한항공을 세계 10위권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부에서도 조 회장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읽혀진다.  

조 회장은 2020년 11월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지만 수송보국의 대한항공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여객 수송 규모 기준 세계 10위권 거대 항공사가 된다. 2019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집계한 세계 항공운송 통계(WATS)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순위는 각각 18위와 32위였지만 합산 국제선 유상 여객 킬로미터(RPK)는 1247억㎞로 세계 11위다. 영업이익은 1조9875억원으로 2조에 육박하고 양사가 운영하는 여객기 수는 203대를 넘어서게 된다.

이제 첫 발 뗐을 뿐, 향후 과제 산적

다만 이제 막 기업결합의 첫 발을 뗐을 뿐 향후 합병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마일리지 통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즉시 통합이 아닌, 2년 간 자회사로 있으며 독립 운영된다. 이 기간 마일리지는 통합 운영되지 않는다. 2년 뒤 통합 항공사 출범에 맞춰 마일리지를 합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미사용 마일리지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통합 비율이다. 업계에선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대비 최대 1.5배 더 가치가 높아 1대 1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 등 유관 기관 및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양사의 화합적 결합,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구조조정 문제 등도 과제로 꼽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본다“며 “지난 4년 동안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적절한 메시지를 통해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또 “합병 후에도 조직 문화·마일리지 통합, 독과점 우려 불식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면서도 “조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리더십을 봤을 때 원만하게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