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 오너 2세 곽정현 본부장 신사업 순풍 달까
해저케이블공장 파트너 대한전선, '기술탈취 혐의' 논란 8월 발표 전기차 사업 투자 계획 무산돼 투자자들 고민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철강업황 악화로 올해 3분기 실적이 반토막난 KG스틸이 이차전지 등 신사업 추진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번번이 잘 풀리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신사업은 곽재선 KG그룹 회장 장남 곽정현 KG스틸 경영본부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사업들이 본업인 철강과 연관성이 부족해 시너지 효과가 없을 뿐더러 업황이 좋지 않을 시기에 추진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는 점이다.
최근 대한전선과 맺은 해저케이블 사업과 관련한 상호투자협약은 대한전선에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협약 직후 경찰은 해저케이블 문제로 대한전선을 압수수색했다. 재계 일각에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력 공고화와 실무 경험 확대를 위해 곽 본부장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G스틸은 지난 19일 대한전선과 상호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을 위해 아산국가산업단지 고대지구에 위치한 KG스틸의 토지(약 6만5000평 규모)를 매입하고 KG스틸은 부지 대금으로 대한전선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 협약의 골자다.
곽 본부장은 향후 대한전선의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CB는 2025년 11월 30일부터 2027년 10월 29일까지 전환청구가 가능하며 전환가액은 주당 1만1524원, 전환 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약 4.87%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0%로 대한전선 입장에선 KG스틸이 상환을 결정하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협약 체결 사흘 후 악재가 터졌다. 경찰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정 도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한전선을 압수 수색한 것이다. 경찰은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서 LS전선 해저케이블 생산공정 도면이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 관련 정황을 내사 과정에서 확인한 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KG스틸이 투자한 해저케이블 2공장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한전선 주가는 KG스틸이 손해를 보는 가격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8월에는 지난해 야심차게 발표했던 전기차 사업 투자 계획을 철회해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KG스틸은 KG모빌리티와의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배터리팩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11월까지 약 700억원을 들여 모듈 및 어셈블리 조립 라인을 갖춘 공장을 설립, 연간 5만대분의 배터리팩을 생산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KG모빌리티 사업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곽 본부장이 전기차 시장 수요정체(Chasm·캐즘) 여파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차전지 업황을 읽지 못하고 성과 창출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KG그룹 소액주주연대 회원은 “주가는 2년째 하락하고 있는데 곽 회장 일가는 제대로 된 신사업을 발굴하긴커녕 헛발질만 하고 있다“며 “KG그룹은 후계자 경영 수업에만 몰두하지 말고 회사를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