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구원투수’ 김경배 HMM 대표 “트럼프 리스크 난 몰라”
실적·리더십은 호평이지만 3연임 가능성 물음표 내년 3월 임기 종료 임박...김 대표 사내 입지는 탄탄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두 번째 임기 종료를 4개월여 앞둔 김경배 HMM 대표는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마냥 웃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대형악재가 터서 3연임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폭탄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바 있다. 관세 부과는 무역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무역 수요와 물동량을 모두 감소시킬 수 있어 해운업계의 어려움이 동반된다.
트럼프 1기의 아픈 기억...물동량 감소 위기 반복될까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도 역시 모든 외국산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1기 시절과 똑같이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물동량이 증폭해 단기적으로는 지금과 같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갈지 몰라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물동량이 감소해 위기가 찾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HMM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들이 올해 해운업계 호황으로 선복 공급량을 대폭 늘려놓았다는 점이다. 올해 글로벌 신규 선복 공급량은 305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역대 연간 공급량 중 최대치다. 물동량이 많은 경우 공급해 놓은 선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물동량이 감소하면 노는 선박이 많아져 수익성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김 대표의 3연임 여부를 두고 업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취임한 김 대표는 올해 3월 1년 임기의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새롭게 대응하기 위해 HMM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 등이 대표 교체를 고려할 확률이 상당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두 차례 임기 내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꼽았다.
김경배 대표 3연임 가능성은?
그럼에도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 대표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2022년 위기 상황 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회사를 정상화시킨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들도 긍정적이다.
HMM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28% 증가한 1조4614억원으로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5520원, 당기순이익은 1조73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0%, 1722.0% 상승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5848억원)의 2.5배가 넘는 수치이며 올해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HMM이 마지막으로 분기 조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기간인 2022년 4분기(1조2588억원)였다.
호실적 뿐만 아니라 리더십 측면에서도 김 대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임기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형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은 김 대표의 회사 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할 경우 쉽지 않은 일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3연임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지난 9월 대형 투자 계획 발표 등 행보를 비춰봤을때 채권단이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수장 교체보다 현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