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 유럽 5곳 취항하더니...티웨이, 무리한 노선 확장 탈났나
시작부터 안전문제 발생 ‘삐끗’...기내 서비스도 기대 이하 탑승률 지지부진...LCC 3사 중 유일하게 실적 곤두박질 업계 “전략적 판단 미스” 지적...정홍근 대표 ‘책임론‘ 대두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올해 상반기까지 순항하던 티웨이항공이 하반기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해온 LCC(저비용항공사)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선언하며 유럽 노선 확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과가 신통치 못한 상황이다.
티웨이항공 유럽 노선 확장, 시작부터 ‘삐그덕‘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주요 노선을 이관 받은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8월 8일), 프랑스 파리(8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9월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10월 3일) 노선에 취항했다. 5개월여 만에 유럽 노선이 5개로 늘어났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올 신년사를 통해 “전 세계를 누비는 상징적 LCC로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홍근 대표의 자신감과 달리 유럽 노선 운항 3개월여만에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8월 28일 파리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TW402편이 유압유가 새는 기체 결함으로 결항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티웨이항공의 프랑스 노선 첫 귀국편이었다. 티웨이항공이 대체편을 마련했지만 승객 143명은 당초보다 21시간 이상 지연된 29일 오후 6시에야 파리를 떠날 수 있었다.
기내 서비스가 기대 이하였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 티웨이항공을 이용해 프랑스 파리 여행을 다녀온 30대 A씨는 “좌석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기내 모니터에 VOD 컨텐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14시간가량을 지루하게 보냈다“며 “기내식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했을 때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탑승률 지지부진, 실적도 곤두박질
그 결과,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탑승률은 8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탑승률 80%를 손익분기점 기준으로 판단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인천~로마 노선의 탑승률은 92.5%로 가장 높았다. 인천~파리 노선의 탑승률은 81.9%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하지만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탑승률은 각각 79.9%, 76.9%에 그쳤다.
실적 역시 곤두박질쳤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1436억원, 영업이익 486억원, 순이익 2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5.54%, 영업이익 64.55%, 순이익 70.63%가 각각 감소했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은 지지부진한 유럽 노선 탑승률 대비 늘어난 매출 원가다. 티웨이항공 3분기 연료비와 리스료 등을 포함한 매출 원가는 36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7% 증가했다.
반면 중·단거리 노선 집중 등 ‘비용 최소화’라는 LCC 본연의 사업 모델에 충실했던 경쟁사 제주항공, 진에어는 실적 상승세가 완연한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4273억원, 영업이익 395억원, 순이익 4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같은 기간 진에어도 누적 매출 1조1030억원, 영업이익 402억원, 순이익 144억원으로 8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티웨이항공 판단 미스?...정홍근 대표 ‘책임론‘ 대두
업계 일각에선 티웨이항공 판단 미스를 지적하고 있다. 잇따른 안전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장거리 노선 운항 준비가 미흡했을 뿐 아니라 수요층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 노선의 경우 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탑승자 대부분 안전, 서비스 측면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임만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티웨이항공은 이 같은 핸디캡을 가지고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었지만 장밋빛 미래만 그렸을 뿐 안전은 물론, 서비스도 낙제점을 받으며 경쟁사들에게 뒤처지고 있다.
정홍근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한 유럽 노선 확장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유력했던 정 대표 4연임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가 장거리 노선을 단기간에 빠르게 확장하는데만 치중한 나머지 안전, 서비스 구축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무리하게 기존 중·단거리 노선 위주 영업전략을 장거리 노선으로 전환하며 실적에 부담을 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