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셧다운·구조조정...탈출구 보이지 않는 철강 3사
포스코, 올해 두 번째 셧다운...현대제철도 상황 비슷 중국發 공급 과잉에 공장가동률·실적 모두 바닥 트럼프 당선 내년 전망 어두워...쿼터 옥죌 가능성↑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랜 시간 주력 산업 자리를 지켜온 철강이 탈출구를 찾기 힘들 정도의 위기에 빠졌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산업 부진, 트럼프 2기 관세 폭탄 우려 등 ‘삼중고’에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결국 공장 ’셧다운(Shutdown·폐쇄)’을 비롯한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포스코, 1선재공장 폐쇄...올해 두 번째 셧다운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9일 1979년 2월 28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셧다운이다. 1선재공장은 45년간 누적 2800만톤의 선재 제품을 생산해 왔다. 선재는 철강 반제품을 압연해 선 형태로 뽑아낸 제품으로 못이나 나사의 재료가 되거나 타이어코드, 비드와이어 등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에 활용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저가 선재 제품의 수입이 지속되면서 시장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며 “이러한 시장 여건과 노후화된 설비 경쟁력을 감안해 저가재 공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1선재공장 효율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1선재공장 물량을 포항 2∼4선재공장으로 대체 생산하도록 했다. 1선재공장 전 직원은 이달 말까지 공장 정리 후 재배치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현재 그룹 차원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도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120개 사업 혹은 자산을 매각·처분한다는 구상으로 올해 3분기 기준 21개 자산 구조조정(6254억원 현금 유입)을 마쳤고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현대제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충남 당진제철소는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특별 보수 공사에 착수했고 인천 공장도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특별 보수를 진행했다.
공장 가동률이 10~20% 수준으로 떨어진 경북 포항2공장은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 이곳에는 제강과 압연 공정 관련 시설이 있다. 연간 제강 100만톤, 압연 70만톤 정도를 생산할 수 있으며 현대제철 직원 200명과 자회사 현대IMC 소속 직원 200명이 근무 중이다. 하지만 노조 반발이 만만치 않아 폐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원 300명은 이날 경기도 판교 본사로 올라와 공장 계속 가동을 요구하는 상경 투쟁을 벌였다.
감당 힘든 중국發 공급과잉...공장가동률·실적 모두 바닥
철강업계 보릿고개 가장 큰 원인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673만톤으로 전년 동기(665만톤) 대비 1.2% 증가했다. 2년 전인 2022년(494만톤)과 비교하면 36% 늘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철강 3사의 공장 가동률은 모두 하락했다. 포스코는 85%, 현대제철은 84.2%, 동국제강은 봉형강·후판이 각각 77.4%와 63.8%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새 최저 수준이다.
실적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8조3210억원, 영업이익 7430억원, 순이익 49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 37.9%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매출액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62억원의 손실을 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7.5%, 매출은 10.5% 감소했다. 동국제강도 매출액 8386억원, 영업이익 215억원, 순이익 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2.9% ,영업이익 79.6%, 순이익은 84.0% 줄었다.
트럼프 당선 여파, 내년 전망도 어두워
철강 3사의 보릿고개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국내 철강업계에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수입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관세 대신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줄이는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됐고 2015~2017년 연평균 철강 수출량의 약 70%를 수출 최대 물량(쿼터)으로 적용받으면서 약 268만톤만 수출이 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32조의 재산정을 통해 쿼터를 더욱 옥죌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미국 철강 산업 핵심인 ‘러스트벨트’ 북부 경합주 3곳(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보답하는 차원에서 철강 무역 장벽을 더욱 굳건하게 쌓을 것이란 우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이라는 악재가 겹쳐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구조조정과 감산도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