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야심작' 한화오션, 트럼프 등에 업고 해양패권 노린다
트럼프 당선인, 미 해군 함정 정비 한국에 맡길 듯 중국과 글로벌 해양패권 전쟁서 중추 역할 기대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주가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가운데 특히 한화오션의 주가가 급등, 전일보다 21.76% 오른 3만3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MRO 최강자 한화오션, 트럼프 시대 반기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한화오션 주가가 급등한 까닭은 이 회사가 국내 MRO 사업의 최강자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2022년 9월 한화그룹이 인수‧합병(M&A)을 한 이후 함정 MRO 사업을 전폭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8월에는 통상 1년이 소요되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7개월로 반년 가까이 단축하며 기술력도 입증했다.
중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군의 해군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해군 함정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함정의 80% 정도가 2010년 이전 진수된 모델이다. 때문에 MRO 수요가 넘쳐나지만 미국은 세계 최강국 위상에 걸맞지 않게 조선업에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MRO를 진행할 수 있는 조선소는 4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입장에선 내년 1월 시작되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이 엄청난 기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7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만 20조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 중 가장 우수한 조선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에서 비교적 싼값에 안정적으로 MRO를 확보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연이어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4만톤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의 MRO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이달 미 해군 급유함인 유콘함의 MRO 사업까지 수주했다. 올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프로사무소에서 발주한 MRO 2건을 모두 쓸어 담았다.
삼성중공업 제치고 업계 2위 부상할까
한화오션의 경쟁자로 꼽히는 삼성중공업은 ‘트럼프 특수‘에서는 한발 비껴나 있다. 아직 MRO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트럼프 임기 동안 한화오션이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업계 2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나타났던 트럼프 당선인 특성상 하나의 사업에 꽂힐 경우 통 크게 밀어주는 경향성이 짙은데 한화오션이 MRO 사업을 통해 그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MRO 사업 외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 등에서도 한화오션에 뒤처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달 기준 총 42척, 81억5000억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35억2000만달러)의 2.3배 이상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총 29척, 60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97억불의 62%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남은 기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화그룹 방산·우주항공·태양광 사업 호황
모기업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확률이 상당하다. 삼성중공업의 모기업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반도체 사업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 모기업 한화그룹은 방산·우주항공·태양광 등 주력 사업이 일제히 호황을 맞으며 웃음꽃이 핀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경제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MRO 등 방위산업 수주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한화오션의 강점으로 꼽힌다.
김승연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는 등 경제계에서 ‘트럼프 인맥’으로 통한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으로 알려진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과도 40년 이상 교류해 왔다. 한화오션은 최근 장기 회사채 발행으로 최대 1000억원을 조달하며 든든한 모기업을 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미국의 태평양 함대 운영에 믿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MRO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기 인도를 통해 미국 해군 전력 증강과 함께 한미 동맹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