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신경영 시즌Ⅱ⓺] “인사가 만사...기술인재 보강 만이 살길”

박상인 교수, “사업지원TF 없애고 파운드리 등 개별 분사해야” 류영제 대표,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소유와 실질적 경영 분리” 연말 인사 때 ‘구조적 혁신’해야...소유와 실질적 경영 분리도 필요

2024-11-15     손민지 기자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가 때아닌 위기론에 휩싸였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처럼 징후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삼성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대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그렇기에 삼성에는 ‘위기극복’이라는 DNA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인사이트코리아>는 6회에 걸쳐 ‘이재용의 신경영 시즌Ⅱ’ 시리즈를 기획한다. 국내외 각계 각층이 말하는 재도약의 해법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삼성 비판론자들은 삼성전자의 위기탈출 해법은 ‘구조적 혁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기술·조직·시스템·공정·인재 배치·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권오현 서울대 이사장(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저서 제목)

한 때 삼성전자 앞에 수식어로 붙던 ‘초격차’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위기 원인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서 찾는다. 한종희 부회장은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고 했다. 전영현 부회장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정기인사에서 어떻게 조직 혁신을 이뤄낼까. 그동안 삼성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온 이들은 위기탈출 해법으로 ‘구조적 혁신’을 제시했다. 구체적 방법론은 다르지만,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구성원간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하고 근무 의욕을 고취시킬 새로운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모집한다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사업지원TF 해체, 경영진 물갈이...혁신의 목소리

대표적인 삼성 비판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없애고 계열사를 분사하는 게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비서실과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성격인 사업지원TF가 그룹 전체를 컨트롤하면서 개별 기업 경쟁력을 강하게 만들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역시 “반도체 자체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삼성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며 “경영진의 대폭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의사결정은 기술 전반을 이해하고 공정을 완전히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수많은 가정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인데 숫자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을 재무로만 하려고하니 사내 보신주의가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재 초격차’ 타이틀 회복하려면...기술 인재 영입

하반기에 들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에서 실시한 경력직 모집에 삼성전자 직원들이 대거 지원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 이 회장이 강조해온 인재 초격차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S부문 소속 부사장급 임원 16명이 담당 업무를 변경하거나 조직을 떠났다.

기술인재를 대거 보강해야한다는 요구는 이미 내부적으로 절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은 4·5급 신입사원 공채에 돌입했다. 채용 조건을 보면 하반기 DS부문 5급 채용 부문 모집 직군은 제조직, 설비엔지니어직, 인프라엔지니어직이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우 엔지니어는 아니었지만 승지원에 엔지니어나 과학자를 불러서 끝장토론을 하고 본인 역시 집요하게 업계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승지원에 불려갔다 온 인사로부터 “이 선대회장 앞에서는 포장해서 이야기를 못한다. 지적으로 벌거벗겨지는 듯 느낌이 들 정도”라는 증언이 있을 정도다.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안타깝게도 이 회장은 엔지니어나 전문경영인에게 집요하게 질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TSMC 설립자 모리스 창이나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각각 물리학‧전자공학 박사로 전문성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분석했다.

오너가 중심 지배구조 탈피...이사회 독립성 보장

일부 재계 인사들은 이사회 문제도 결코 작지 않다고 바라본다. 류영제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삼성전자 위기는 ‘거버넌스 위기’에서 초래됐다”며 재도약 해법으로 ‘기업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언급했다. 류 대표는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주 대리인이자 전략적 방향, 자본의 배치 등 회사 중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독립성이 보장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비등기이사임에도 사실상 그룹 중요 결정을 하는 이 회장이 이사회 뒤에 숨기보다는 결단력있는 리더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이사회는 이사들 중심으로 결정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유와 실질적 경영의 분리가 이뤄져야한다”며 “예스맨만 있으면 조직에 망조가 든다”고 덧붙였다.

또 “장기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반도체 부문 조타수는 고액 연봉을 주더라도 반도체 기술 지식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한다”며 “최소 3년에서 6년의 임기를 주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성 확보를 제안한다. 삼성전자 전체 이사진(10명)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사외이사 6명이 모두 한국 국적을 갖고 있고, 이 중에서도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1~2명에 불과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장급 임원 중 3명 중 한명은 관리 조직에 몸담고 있다.

한편,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월 말~12월 초에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11월 27일 사장단 인사를, 이틀 뒤 29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