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대형 화재...‘혁신 기술‘ 파이넥스 한계일까

산소 주입용 풍구 작동 않아 발생...1, 2, 3고로 모두 사고 파이넥스 유사 기술인 코렉스 공법, 주로 소형 고로에 적용 포스코 “정확한 원인 밝혀지지 않아...재발방지에 노력할 것“

2024-11-15     심민현 기자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용융로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3파이넥스 공장에서 폭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폭발로 제철소 부근 아파트 주민들은 지진까지 의심할 정도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화재 당시 공장 내부에 있던 근무자 8명 중 1명이 다치고 7명이 대피했다. 부상자는 경미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3파이넥스 공장 용융로 하부에 있는 산소 주입용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 직후 포스코는 보도자료를 통해 “3파이넥스공장의 생산 물량을 다른 용광로로 대체해 전체 조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고를 파이넥스 공법이 가진 기술 불안정성과 연결지어 생각한다. 2007년 ‘혁신 기술‘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파이넥스 공법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내부 관계자 "4건의 대형 사고 말고 작은 폭발도 계속 있었다"

파이넥스 공장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월 13일 2파이넥스 공장 성형탄 설비에서 불이 나 가동이 일시 중단됐고 3명이 다쳤다. 2013년 3월 22일에는 1파이넥스 공장 용융로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1파이넥스 공장은 상용화 전 데모플랜트로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2019년 7월 6일에는 2파이넥스 공장에서 조업 중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겨 연기가 다량 배출됐다. 이번 3파이넥스 공장 폭발로 파이넥스공법이 적용된 고로 모두에서 사고가 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대형 폭발만 4차례 일뿐 작은 폭발은 중간중간에 꽤많이 났으며 주로 풍구쪽에서 발생했다”면서 “이 정도면 구조적인 결함이 있거나 하자가 있는 설비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1993년 오스트리아 철강회사 푀스트알피네 원천기술을 들여와 독자 상용화한 공법이다. 일반 고로 공법과 달리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광 공정과 유연탄을 잘게 부숴 덩어리로 만드는 코크스 공정을 거치지 않는다. 일반 고로 공법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으며 초기 자본이 적게 들어 경제성이 높다. 일반 고로가 쉿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다면 파이넥스 고로는 풍구라는 구멍에다 100% 산소를 불어넣어 온도를 높인다.  

파이넥스 공법과 유사한 코렉스 공법은 인도 4기. 중국에 2기가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연 30만t을 생산하는 소형 고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처럼 200만t 이상씩 생산하는 대형 고로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일각에선 용광로에 열풍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드는 일반 고로 공법과 달리 파이넥스 고로는 용융로에 산소를 불어 넣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내부 관계자는 “결국 이번 사고도 산소 주입용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 아니냐”면서 “100% 산소는 특성상 폭발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에 나선 지 17년이 지났지만 아직 해외 수출을 성사시키지 못한 이유도 폭발 관련 안전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15년 중국, 인도 제철기업과 파이넥스 공법 기술 이전을 협의했지만 실제 성사되진 못했다.

현재 세계 대형 철강회사들 중에서 코넥스, 파이넥스 공법을 사용하는 곳은 포스코를 빼고 거의 없다. 바오산강철,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 등 포스코 경쟁사들은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공정에 사용되는 산소는 고압인 데다 인화성이 강한 탓에 안전 설비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하는데 전임 최정우 회장 시절 그런 부분이 미흡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한 화재안전 점검도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병)이 지난 12일 발표한 ‘소방청 화재 안전점검 결과’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소방청의 화재 점검에서 매년 '불량' 처분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포항제철소에서는 2020년 9~10월 조사에서 8건의 불량 사례가 적발됐다. 2023년과 올해는 각각 5건, 2건이 발견됐다.

100% 산소 불어 넣는 것이 폭발 원인?...포스코 “원인 밝혀지지 않아“

포스코 측은 아직 100% 산소가 폭발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아직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빨리 원인을 찾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도, 중국의 코렉스 고로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면서 “과거 파이넥스가 수출되지 않은 이유도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산업부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