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 칼럼] 트럼프 시즌2에 대한 불안

2024-11-14     임혁 편집인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 식으로 치면 철새 정치인이다. 그는 1985년 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2년 후 공화당으로 이적했고 그 후에도 개혁당, 민주당, 공화당을 오락가락했다. 특히 아들 부시의 집권기엔 민주당원이었다가 오바마 시절에는 공화당원으로 변신했다. 연달아 두 정권과 반대편에 서는 선택을 해온 것이다.

이런 행보가 보여주듯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진보-보수의 기준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흑묘백묘론 신봉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좌든 우든 관심 없고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준거의 틀이라는 얘기다.

그런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부터 집권 2기를 시작한다. 세계는 ‘트럼프 시즌2’의 개막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종잡을 수 없는(unpredictable)’ 인간이라고 자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는 트럼프 시즌1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옳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 어떤 반대 의견도 묵살하고 밀어붙인다는 사실이다. 그의 재임 중 국제사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2기에는 그런 독불장군 면모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데다 이번에는 대법원 구성마저 그에게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한 덕이다. 그 결과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로서는 공약을 추진하는 데 걸리적거릴 장애물이 없어진 셈이다. 지지자들로부터 ‘우리 이니 하고픈 거 다해’라는 응원을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만사가 트럼프의 뜻대로 굴러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더더욱 그렇다. 트럼프가 내세운 경제정책 공약들이 안고 있는 내재적 모순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는 집권 후 중앙은행을 통제해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금리인하는 물가불안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해 관세 인상도 예고했다. 이 역시 수입품 가격 상승을 불러 인플레이션 요인이 된다.

이와 관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트럼프노믹스가 실행될 경우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머스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 세금인하, 불법체류자 추방,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이 초래할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트럼프노믹스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처럼 경제정책 목표들 간에는 항상 상쇄(trade-off) 관계가 작용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도 저소득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등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야기해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트럼프가 제아무리 예측불가능하고 아무도 못 말릴 것 같다고 해도 그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의 힘 앞에서는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자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