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주역②]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선택과 집중'으로 최고 실적
2019년 취임 후 체질개선 성공...3분기 최고 실적 4조5000억원 규모 K2 전차 폴란드 수출 이끌어 주주환원은 여전히 과제…“올해 현금배당 늘 것“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유럽, 중동 등 많은 국가들이 한국 방산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K방위산업(K방산)의 전성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추격자에 불과했던 우리 방산 기술력은 이제 세계 톱 티어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인사이트코리아>는 3회에 걸쳐 국내 3대 방산 기업의 해외 공략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현대로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현대자동차 그룹 내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현대로템을 탈바꿈시킨 주인공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용배 대표다.
현대로템 부활시킨 정통 ‘현대맨‘ 이용배 대표
1961년생으로 서울 영락상고와 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87년 현대차그룹 재무라인 뿌리인 현대정공 경리과에 입사해 37년 동안 현대 계열사에만 몸 담고 있는 정통 ‘현대맨‘이다.
현대차 경영기획담당 부사장, 기획조정3실장, 현대위아 기획담당 부사장, 현대차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2019년 12월 현대로템 대표 자리에 올랐다.
현대로템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영업손실 1962억원, 2799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에 빠져 있었다. 2019년 말 기준 결손금이 1566억원에 달했다. 현대로템 사업 부서는 철도 중심의 레일솔루션, 방산 중심 디펜스솔루션,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 에코플랜트 등 크게 세 곳으로 나눠져있다. 2019년까지 세 개 사업군 모두 특색 없이 저가 수주를 반복하는 등 침체기를 이어갔다.
이는 대표 상품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해외에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대로템은 2020년 영업이익 821억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21년 802억원, 2022년 1475억원, 2023년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결손금도 3년 만인 2022년 이익잉여금 1677억원으로 전환됐다.
K2 전차 발굴…폴란드 수출 4조5000억원 잭팟
체질개선을 통한 흑자 전환 중심에는 K2 전차가 있다. K2 전차는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 합작으로 개발한 기종으로 2014년부터 실전배치 중이다. 화력, 기동성 등 기본 성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주력 전차와 비교했을때 사격통제장치와 자동 장전 장치 같은 전자장비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1984년 한국형 K1 전차를 개발하며 전차 사업을 시작했지만 해외 수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선 K2 전차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탑재된 무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K2 전차 해외 수출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 판단하고 수입국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때마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방력 강화에 나선 폴란드가 한국산 전차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1차 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첫해 10대, 이듬해 18대를 인도했고 올해는 연말까지 총 56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인도 물량이 늘면서 올해 들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1038억원으로 159.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로템 호실적은 K2를 중심으로 한 방산 부문 수출이 이끌었다. 현대로템 전체 매출에서 디펜스 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1.2%에서 올해 상반기 47.9%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레일솔루션 비중을 넘어선 뒤 격차를 11.7%p(포인트)로 벌리며 회사 중심으로 우뚝 섰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K2 전차 폴란드 수출분 인도가 올해도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며 “생산 효율성을 높여 원가를 절감한 것도 영업이익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2차 수출 계약에 따라 현대로템의 K2 납품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이르면 내달 현대로템과 폴란드 정부 간에 2차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납품 물량은 1차 계약 때와 마찬가지로 180대가 유력하다. 이 밖에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K2 도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주 낭보는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코리아 밸류업 제외...주주환원은 과제
이 대표 과제로는 경쟁사 대비 지지부진한 주주환원이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현대로템을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서 제외했다. 국내 방산 3사 중에선 현대로템이 유일하게 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현금배당 탓이다.
현대로템은 올해 초 2023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지만 이는 무려 10년 만의 배당이었다. 이마저도 시가배당률 0.4%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4%, LIG넥스원 1.43%에 한참 못미쳤다.
재계 관계자는 “이용배 대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현대로템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며 “아쉬운 대목은 주주환원인데 올해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만큼 현금배당액을 높여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을 점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