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조현상 부회장, 글로벌 네트워크 무기로 '재계 리더' 떠오르다

ABAC 위원 활동…14~15일 페루 APEC CEO 서밋 참석 연 4회 ‘ABAC위원-APEC정상과의 대화’ 행사 주관 아태 지역 너머 세계 경제 ‘방향 제시자’ 역할 수행 예정

2024-11-11     손민지 기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한-베트남 경제협력위원장으로서 지난 7월 1일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 이사,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장, 그리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 위원.

효성가(家) 오너 3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풍부한 글로벌 감각과 네트워크를 무기삼아 세계 무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 부회장은 오는 14일~15일 페루에서 열리는 ‘2024 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해 현재 페루에 체류 중이다.

SK 최태원과 페루행...아태지역 경제 협력 증진

APEC CEO 서밋은 아태 지역 21개 회원국 정상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인 1000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 경제인 행사 중 하나다. 2025년 APEC 의장국인 한국은 내년 10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인 1000여 명이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200여회 이상의 회의를 주재하며 아태지역 경제 협력 증진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11일 HS효성 등 재계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이미 ABAC 위원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8월 ABAC 위원에 선임된 이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회동한 데 이어 10월 31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을 만나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APEC 회의와 관련해 ABAC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현상 부회장, 내년 연4회 ABAC 회의 연다

조 부회장은 내년부터 연 4회의 ‘ABAC 회의’와 ‘ABAC위원-APEC정상과의 대화’ 등 주요 행사를 주관한다.

이 소식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40%, GDP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다. 해당 정상회의에서 다루는 의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그 중에서도 ABAC 회의는 APEC 21개 회원국 60여명의 ABAC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역내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민간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정상 건의문을 만든다. 정상 건의문은 최종적으로 ‘ABAC위원-APEC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APEC 정상들에게 전달돼 각 회원국 정부들의 정책 공조 및 협력 방안 모색에 활용된다.

특히나 ‘2025 APEC CEO 서밋’에는 2005년에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내년 ABAC 의장이자 올해 ‘APEC CEO 서밋’ 공동의장인 조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등 한국 ABAC 위원들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조현상(오른쪽) HS효성 부회장은 최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ABAC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HS효성>

최태원 회장은 이 자리에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페르난도 자발라 ‘2024 APEC CEO 서밋’ 의장으로부터 의사봉을 인수받고 내년 행사 주제와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ABAC 한국 사무국으로 내년 APEC 정상회의 기간 APEC CEO 서밋을 비롯해 ‘ABAC 위원-APEC 정상과의 대화’ 등 주요 경제인 행사를 주관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APEC 의장국 수임은 아태 지역 내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 디지털·혁신 분야 선도, 여성·중소기업의 포용적 성장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년 동안 논의를 선도하며 우리에게 우호적인 대외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유용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조 부회장의 세계적인 활약은  ABAC 위원 임명 이전에도 활발했다. 2005년에는 한중일 3국 외교부가 뽑은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에 선정됐고 2006년에는 미국과 아시아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창설된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아시아21글로벌 영리더’에 뽑히기도 했다.

2006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꾸준히 얼굴을 비치고 있는 그는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YGL)’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의 ‘영 글로벌 리더’ 조직인 ‘YGL G20 이니셔티브’에 유일한 한국인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한국·베트남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양국 기업인이 참여하는 합동회의, 사절단의 상호 방문, 주요 인사 교류 등을 통해 민간기업과 정부의 소통 창구 역할을 도맡기도 한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로 현재 8800여개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있다. 효성은 2007년 베트남에 진출, 총 36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9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최근 HS효성 공식 출범 첫 행사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가치를 최우선의 DNA로 삼아 가치 경영을 펼쳐 나가겠다”며 ‘가치 경영’ 실천을 강조했다. 가치경영이란 기업이 고·주주·임직원·협력업체·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최적화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그가 세계 경영 무대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돈독히 하는 데에는 이러한 철학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조 부회장은 해외파 출신이다.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서울 지사와 도쿄 지사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그는 1998년 효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 태스크포스에 합류한 후 소통 능력을 발휘해 형 조현준 회장 곁에서 구조조정과 선진형 인사시스템 개발 및 협상 등을 보좌했다. 효성 산업자재 퍼포먼스그룹 사장과 화학 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전략본부장, 총괄사장 등을 거쳐 202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2002년 미쉐린 미국 버지니아 주 타이어코드 생산 공장을, 2006년 미국 유럽 남미의 굿이어 타이어코드 공장 4곳을 인수하며 인수합병(M&A) 능력자로 평가받는다. 현재 HS효성 주력 자회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부문 점유율 세계 1위다.

조 부회장의 활발한 글로벌 경영행보는 그동안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나 큰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동안 한걸음 뒤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해냈던 조 부회장이 독립된 그룹을 이끄는 사령관으로 재계 전면에 등장한 시점과 맞물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지닌 능력 중 하나는 글로벌 네트워크”라면서 “효성㈜과의 계열 분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는 기업경영에 집중하는 형과 달리 대외활동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 중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