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멘토’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실적 악화·사건 사고 多 ‘이중고’
김 대표, ‘36년 한화맨‘ 시작부터 가시밭길...위기 수습 중책 맡아 노동자 5명 사망, 정인섭 ‘뉴진스 셀카‘ ...위기 속 구원투수 평가도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한화오션이 각종 사건‧사고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식 선임된 김희철 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분위기 쇄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업계 일각에선 좋지 않은 타이밍에 대표 자리를 맡게 됐다며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일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위기의 순간마다 등판한 ‘36년 한화맨‘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8월 내정된 김희철 대표를 지난 18일 공식 선임했다. 1964년생인 김 대표는 대구 성광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에 입사해 36년 간 한화그룹을 지키고 있는 정통 ‘한화맨‘이다.
그는 한화케미칼에서 2011년 말까지 경영기획팀장, 해외지사담당(상무), 기획담당(상무)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계열사 대표를 두루 거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다져왔다.
김 대표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2011년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에 임명됐을 당시 상무였던 김 대표가 많은 도움을 줬다는 후문이다. 이후 두 사람이 주축이 돼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소를 가동하는 등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초기 영업, 전략, 인프라 구축은 김동관·김희철 투톱 체제가 이끌어왔다.
태양광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 대표는 2015년 한화그룹 유화사업전략본부장(부사장)을 맡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 석유화학·방산업 빅딜 과정에 참여해 순탄하게 빅딜을 마무리했다. 인수가 끝난 후 한화토탈의 초대 대표이사로서 경영안정화를 이끌어냈다. 2018년 한화큐셀 대표에 이어 2021년 한화그룹 승계 핵심 회사로 꼽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 대표를 겸임하면서 그룹 내 키맨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노동자 5명 사망에 정인섭 사장 ‘셀카‘ 논란까지
이처럼 에너지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 대표가 낯선 조선업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대내외 환경이 순탄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 있어야하는데 내정 과정부터 여러 악재가 발생하며 초반부터 고개를 숙여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중대재해 3명, 온열질환의심 사망 1명, 원인불명 익사 1명 등 총 다섯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중대재해로는 1월 12일 가스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졌고 같은 달 24일 협력업체 소속 잠수부 1명이 작업 도중 사망했다.
이에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실시해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했지만 8월 19일엔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달 9일에도 한화오션 협력업체 소속 30대 노동자 A씨가 거제사업장 내 플로팅 도크에서 용접작업 도중 3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안전 관련 예산으로 2026년까지 1조97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 안전관리 문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김승연 회장은 지난 10일 그룹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대표이사에서부터 임직원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의 해당 발언은 에둘러 표현한 것이긴 하지만 한화오션 경영진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읽히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5일 한화오션 사망사고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인섭 대외협력실장(거제사업장) 사장이 같은 시간 다른 사안으로 참고인 신분으로 나온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와 웃으며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는 모습이 포착돼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동구)은 정인섭 사장을 향해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셀카를 찍느냐, 웃음이 나오나“라고 질타했고 정 사장은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결국 같은날 한화오션은 김희철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당사 임원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국민, 국회,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도 과제
이 같은 사건‧사고 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 역시 김 대표가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이어오다 올해 1분기(529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슈퍼사이클 흐름을 타고 각각 3764억원, 13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김희철 대표가 오랜 시간 한화그룹 에너지 계열사 대표를 맡아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성공 DNA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시기적절한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한화오션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