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인맥지도⑤] '정기선의 10년'...오일파워 사우디 고위층 인맥 화려
2015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하며 사우디 인연 아람코 HD현대오일뱅크 투자·수소 MOU 체결로 이어져 정 부회장, 사우디 고위 당국자들과 끈끈한 관계 유지
대기업 총수들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고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인맥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손을 맞잡기도 하고 직접 해외 사업현장을 점검하며 글로벌 교류에 나서는 등 다방면으로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의 인맥지도>를 통해 재계 황금 인맥을 들여다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하면 단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떠올릴 정도로 두 사람은 재계 절친으로 통합니다. 아무래도 혈연지간이다보니사촌형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도 가깝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현장에서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 전시관을 찾은 정 회장의 가이드를 자처했습니다.
‘중동 최대 합작’ 끌어온 10년 전 정기선 안목
정 부회장에게는 이들 외에도 다소 의외의 인맥이 있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고위 당국자들인데요. 정 부회장은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최측근들이자 왕실 금고지기들 불리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관계자들과도 알고 지냅니다.
그는 지난해 9월 방한한 야시르 알루마이안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와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정 부회장과 아람코 인연의 시작은 상무 시절이었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11월 HD현대는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당시 그는 기획실 총괄부문장으로, 기획부터 체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인연은 2019년 아람코의 HD현대오일뱅크에 1조4000억원 투자로 이어졌고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까지 체결했습니다. HD현대는 현재 정 부회장 세일즈 능력 덕에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등과 손잡고 중동 지역 최대 합작 조선소(IMI)를 건설 중입니다.
HD현대 차세대 리더, 글로벌 네트워크 돈독
정 부회장은 권위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장을 직접 방문하며 젊은 차세대 경영인으로서 얼굴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2년 연속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탈탄소 추진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또 9월에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스 행사인 ‘가스텍 2024’에 참석해 친환경 선박 기술을 직접 소개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조선 및 해운 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요.
이외에도 3년 연속으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 HD현대 부스를 꾸리고 기업의 비전을 세계 시장에 알렸습니다. 국내 조선·건설기계 사업자로서는 최초입니다.
CES 2024에서는 농업 및 건설기계 글로벌 선도기업인 CNH와 ‘북미 공동연구센터 설립과 미래 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양사의 스마트장비개발 및 디지털솔루션 연구진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센터를 북미에 설립하는 내용입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공급 및 운송 산업 협의체’와 ‘에너지 산업 협의체’에 참석해 탈탄소 추진 및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A.P 몰러 머스크, 볼보, 쉘 등 글로벌 거대 물류·에너지 50여개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우디에서 꽃피운 글로벌 영업능력
흥미로운 것은 정 부회장이 여러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사업 협력에서 강한 리더십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는 점입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양자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가했습니다.
HD현대 입장에서 사우디는 본업인 조선업은 물론이고 건설기계, 스마트에너지 분야 등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입니다. HD현대와 사우디는 오랜 기간 다져온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조선사업뿐만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왔는데요.
지난해 6월에는 HD현대중공업의 중형 국산 엔진 ‘힘센 엔진’의 현지 생산공장도 첫삽을 떴습니다. 힘센 엔진은 현재 중남미·중동·아시아 등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이 40%에 이릅니다. 이 공장은 내년부터 본격 가동돼 연간 선박용 대형 엔진 30개, 중형 엔진 235개, 선박용 펌프 160개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정 부회장의 사우디 인맥은 꽤나 다채롭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사우디에 방문하면서 반다르 이브라힘 알코라이예프 사우디 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그는 알코라이예프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방문을 요청했고 장관이 이에 응하면서 같은 해 1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사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는 면담이 성사되기도 했지요.
정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약 10년 동안 기획실 부실장,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HD현대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등 그룹의 여러 보직을 경험하면서 회사의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서왔습니다.
2016년에는 선박서비스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세계 조선경기가 불황에 빠졌을 때 영업활동을 통해 선박서비스, 정유, 건설기계, 인공지능 등 다양한 일감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지요.
정 부회장은 지난 12일 대표이사 취임 3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가 친환경 선박 개발을 통해 조선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며 자율운항 기술과 스마트 해양 솔루션을 도입한 결과 HD현대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조선업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정 부회장은 수소 경제에 주목하며 HD현대를 글로벌 수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고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 확대에 따른 재계 순위 상승, 매출 증가 등 뚜렷한 외형 성장도 이뤘는데요. 향후 발굴할 새로운 성장동력에 그가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기정 사실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