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CEO의 잔인한 10월...‘노조‧국회 리스크‘에 발목

HD한국·삼성중공업·한화오션 초호황기 진입에도 '씁쓸' 조선노연 파업 임박, 1조원대 손실 가능성 국감에 불려 나가는 HD현대·한화오션 사장

2024-10-10     심민현 기자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HD현대중공업>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오랜 불황기를 견뎌내고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노사 갈등과 국회발(發) 리스크라는 복병을 만나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특히 10월에 악재가 겹치면서 업계에선 ‘잔인한 10월‘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노조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 한화오션 경영진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에 불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올들어 수주가 호조를 보이며 본격적인 호황기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135억 달러로 잡았는데 10월 기준 165척, 185억9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목표의 137.7%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54억 달러를 수주, 목표치인 97억 달러의 56%를 달성했고 한화오션은 28척, 61억 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연간 실적 40억 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수주 잔량도 3년~3년 6개월치에 달한다.

조선업 시황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신조선가 지수(이하 신조선가)도 꾸준히 상승하며 3사의 호황기 진입 기대에 군불을 때고 있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신조선가가 높아질수록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신조선가는 189.9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9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191.6포인트에 근접한 수치로 2020년 11월 이후 계속해서 상승해온 것을 고려했을 때 연내 신고점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연말까지는 더욱 큰 호재가 3사를 기다리고 있다. 카타르의 국영 석유 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연내 최대 20척의 LNG 운반선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번 카타르 물량은 3사가 주력하고 있는 17만4000㎥보다 큰 27만㎥급 규모다. 크기에 비례해 건조가격 또한 일반 LNG운반선보다 25% 가량 높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3사는 이 가운데 10척 규모의 수주 협상을 카타르 측과 진행 중이다.

슈퍼사이클에 찬물...조선노연 파업 임박

이처럼 호재가 가득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3사 경영진들은 미소 짓지 못하고 있다. 10월 중 노조의 총파업, 국회 국감 출석 등 악재를 줄줄이 만나야 하는 탓이다. 조선사들의 노조 연합인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는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기 위한 집중교섭 기간을 이달 11일까지로 정했다. 교섭이 실패할 경우 16일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조선노연에는 HD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8개 조선업체 노조가 포함됐다.

각사 노조들은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파업과 투쟁을 진행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조선노연 중 가장 세력이 큰 HD현대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가 단체 행동에 고삐를 당기면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향력이 큰 3사 노조가 공동 투쟁에 나서는 것은 타 회사 노조에도 파급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10번째 부분 파업을 앞두고 있는 3사 노조는 지난달 25일 사측의 2차 제시안을 거부, 잠정 교섭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사측은 기본급 12만25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과 격려금 400만원+30만원(상품권),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도 지난해 한화그룹 인수 당시 사측이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방식의 성과급 300% 지급 이행을 촉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7시간가량 총파업을 실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데 이어 한화그룹 서울 본사와 김승연 회장 자택 앞에서 상경 투쟁도 벌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기본급 12만1526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지급을 포함한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 업계를 떠난 숙련공 복귀가 더뎌 현재 쌓여 있는 일감을 적기에 소화하기도 벅찬데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납기 지연이 발생해 발주사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실제 지난 2022년 51일에 걸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노조 파업으로 납기 지연금 포함 업계 추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각 사>

국회發 리스크도 부담...HD현대·한화오션 경영진 국감行

국회발 리스크도 3사에겐 큰 부담이다. 최근 조선사에서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여파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과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 오는 15일 국회에서 열리는 경사노위 및 고용노동부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두 사람의 출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출석, 불출석 그 어떤 경우도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출석할 경우 국회의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현장에서 감당해야 되고 불출석할 경우 사망사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조선소에서 10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했다. 특히 한화오션 사업장에서는 올해 4건의 사망 사고가 집중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날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대표이사에서부터 임직원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안전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할 정도로 그룹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도 올해 각각 1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내 규정속도 준수, 안전 보호구 착용 등 기본수칙에 대해서 한층 관리를 강화, 중대재해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