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3세 구본규, 경영보폭 확대...차기 총수 물밑 경쟁 뜨거워 진다
지난달 공식석상 데뷔 이어 자회사 LS마린솔루션 대표 취임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LS그룹 오너 3세이자 LS전선 최고경영자(CEO)인 구본규 대표이사 사장이 자회사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구 대표의 자회사 대표 겸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대표는 구동휘 LS MnM 대표(구자열 LS 이사회 의장 장남)와 함께 LS그룹 차기 총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재계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구 대표가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LS그룹 차기 총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업전문가 구본규, 글로벌 해저시장 공략 속도
LS마린솔루션은 4일 구 대표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했다고 공시했다. 구 대표는 앞서 선임된 구영헌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로 LS마린솔루션을 이끌게 된다. LS가 구 대표에게 LS마린솔루션 대표로 맡긴 것은 젊은 오너를 내세워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1979년생인 구본규 대표는 구자엽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를 취득한 뒤 2007년 LS전선 미국법인에 입사한 후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10년 LS일렉트릭 자동화 아시아퍼시픽 영업팀장, 2019년 LS엠트론 경영관리 최고운영책임자(COO), 2021년 LS엠트론 CEO를 거쳐 2022년 초 LS전선 CEO(부사장)를 맡았다. 그해 말에는 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전선업계가 인공지능(AI) 시대 전력수요 폭증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한 가운데, 구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 LS전선 실적은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구 대표 취임 전인 2021년 LS전선 매출은 5조85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6조2171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주가 급증하면서 LS전선 주요 공장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LS전선 수주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한 5조6216억원에 달했다.
‘첫 등판’ LS家 3세, 책임경영 강조
그동안 구 대표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부임 약 3년 만에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그룹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등 경영에 대한 본격적인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구 대표는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데이(Value-up Day)’ 행사를 통해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회사를 잘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함과 동시에 상세한 성장 계획을 밝혔다.
당시 구 대표는 전력과 통신을 두 축으로 가져 갈 것이라며 LS전선을 ‘전기화 시대 선도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6조원 규모였던 매출을 2030년 1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구 대표는 AI와 전기화 메가트렌드가 최소 15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과 버스덕트, 울트라커패시터(UC) 등으로 AI데이터센터(AIDC)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글로벌 주요 AI 기업들과 협력해 IDC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톱티어 전선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구 대표 경영 비전이다.
구 대표는 LS마린솔루션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구 대표는 ‘LS전선 밸류업 데이’에서 LS전선의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 대표를 겸직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는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은) 따로 볼 수 없고 한 조직처럼 구조적으로 돼야 한다. 유기적으로 완전한 화학적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 회사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LS마린솔루션은 LS전선 자회사 편입 이후 기존 통신에서 전력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520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LS전선은 최근 글로벌 현지화를 통해 해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저 밸류체인’ 핵심인 해저 시공 사업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 8월 지중케이블 시공 전문 업체 LS빌드윈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회사는 향후 글로벌 톱급인 1만톤 이상의 CLV 선박 취득을 추진하고, 해상풍력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LS전선, LS에코에너지와 함께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