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차남 조현문, ‘의절→공익재단 설립’ 태세 전환 까닭은?

상속재산 전액 환원...외교부 최종 재단 설립 허가 “선친 유지 받들어 산업보국”...화해 모드로 전환 장남·3남도 재단 설립 동의...삼형제 갈등봉합 ‘청신호’?

2024-09-27     손민지 기자
효성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올해 7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아버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조현문 전(前) 효성 부사장이 공익재단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형 조현문 효성 회장과 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동의로 이뤄진 결정인 만큼, 10년 동안 지속됐던 효성가(家) 형제간 갈등이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문 전 부사장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단빛재단은 최근 외교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지난 26일 “이달 9일 주무관청인 외교부로부터 최종 재단 설립 허가를 받았으며, 오늘 재단 운영에 쓰일 모든 상속 재산의 출연까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단빛재단의 운영 방향, 목표, 조직구성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공익재단 이름을 ‘아침 해의 빛’이라는 의미를 담아 단빛재단으로 정했는데, 이는 ‘새벽별’이라는 뜻의 효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단빛재단 설립에 대해 “산업보국이라는 가훈을 남겨 주신 조부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다음 세대에서도 대한민국이 발전과 번영을 거듭해갈 수 있도록 단빛재단을 통해 미력하게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올해 7월 5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재산을 전액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효성티앤씨 지분 3.37% ▲효성중공업 지분 1.50% ▲효성화학 지분 1.26%를 상속했다. 

형제갈등 해소의 단초 ‘단빛재단’, 뒤에 조석래 유언있었다

단빛재단의 공식 출범이 임박하면서 효성가 형제들의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효성 오너가 형제 갈등은 지난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면서 2017년 맞고소했고, 양측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올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조 전 부사장이 공익재단 설립 방침을 밝히며, 화해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공익재단의 설립에 동의하면서 해묵은 형제갈등의 종식을 암시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공동상속인이 단빛재단 설립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세를 감면받지 못해 재단 출연규모는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은 “공동상속인의 동의는 가족 간 화해의 물꼬를 트는 중대한 전환점”이라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선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도 이들과의 관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 명예회장은 별세 전 대형 로펌 변호사의 입회 하에 “부모, 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이에 효성가 형제들은 조 전 부사장의 비상장 지분 등을 대상으로 지분정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 명예회장은 아내 송광자 여사와 3형제에게 효성그룹 지분 8800억원가량을 상속했다. 법정비율로 상속할 시 명예회장 아내 송광자 여사와 3형제가 각각 1.5:1:1:1 비율로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1000억원 규모의 지분만 상속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티앤씨 지분 3.37%, 효성중공업 지분 1.50%, 효성화학 지분 1.26%가 전부다.

조 전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형제 갈등을 끝내고 효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서 “그룹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예전과는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형제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서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