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의 인맥지도②]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전략적 파트너 ‘정용진·최수연’
신세계와 사업제휴 합의...네이버와도 파트너십 구축
대기업 총수들이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고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인맥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손을 맞잡기도 하고, 직접 해외 사업현장을 점검하며 글로벌 교류에 나서는 등 다방면으로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총수의 인맥지도>를 통해 재계 황금 인맥을 들여다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혈농어수(血濃於水)'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는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 6월 사촌동생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MOU)로 손을 맞잡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이 전략적 제휴 파트너로 정 회장을 택한 데에는 쿠팡의 부상 등 녹록지않은 시장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선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판단이 주효했을 겁니다.
실제로 그룹 측은 “격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사업 제휴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마트가 쿠팡에 매출규모에서 추월당하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 함께 대항하자는 취지인 것입니다.
동맹 체결 이후 두 그룹은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콘텐츠 등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이마트가 축적한 유통 업력과 고객 데이터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CJ제일제당이 이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활용한 상품을 생산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현재까지 출시한 공동 기획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 등을 공유하고 협업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논의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양사의 시너지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이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의 제품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군 중 하나인 냉동 간편식(HMR) 신제품을 선출시해 판매할 예정입니다다.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양사의 콜라보 상품들은 이마트뿐만 아니라 트레이더스, 에브리데이, 이마트24,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합니다.
CJ대한통운은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G마켓에 CJ대한통운의 배송서비스 ‘오네’를 도입하고 익일 도착보장 서비스 대상 시간을 확대했습니다. 양사는 SSG닷컴의 익일배송서비스 ‘쓱배송’, 새벽배송, 물류센터 운영 등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CJ대한통운은 신세계그룹과 협력을 통해 택배물량이 최대 5500만 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절감한 비용으로 강점이 있는 신선식품 분야 차별화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죠. 반대로 CJ대한통운은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물류는 CJ대한통운이 전담하고 신세계는 상품 개발과 판매 채널로서의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들로 사촌지간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파격적인 협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국내파 이재현을 떠받치는 가족들
이 회장은 해외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온 주요 그룹 총수들과 달리 국내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와 곧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든 국내파 경영인입니다. 그래서 서울 경복고와 고려대 등 막강한 학연 인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경복고 후배로는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혈연이 화려합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입니다. 이맹희 전 CJ 명예회장과 손복남 전 CJ제일제당 경영고문의 장남이고,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3남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입니다. 그러니까 이재현 회장은 이재용 회장의 사촌 형이죠.
또한 누나 이미경 CJ ENM 부회장, 남동생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을 비롯해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외삼촌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이 회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데요.
특히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의 콘텐츠 분야 사업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CJENM이 투자한 영화에 제작프로듀서로 종종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해외인맥을 대상으로 K콘텐츠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때문에 CJ그룹에는 "남매경영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따라붙습니다. 이 부회장은 문화사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이 회장은 식품을 바탕으로 바이오, 물류 등의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CJ그룹은 1995년 4월29일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첫 걸음을 내딛은 날로 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제일제당이 미국 헐리우드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합작회사 드림웍스를 설립한다고 보도한 날이기 때문인데요. 이 회장이 이에 앞서 미국으로 건너가 스티븐 스필버그를 만나 투자협상을 진행할 때도 이미경 부회장과 함께였습니다. 해당 협상에서 이 회장은 운동화, 청바지, 티셔츠를 입고 피자와 콜라를 주문하는 등 “동양의 경영자는 권위적이다”는 이미지를 불식시기키 위해 노력했다고 전해지죠.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유력한 승계 후계자입니다. 딸인 이경후 CJENM 경영리더 역시 CJENM의 경영에 참가하면서 ‘이재현·이미경 남매경영’ 구도를 두 자녀가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많고요.
제2의 전략적 사업 파트너, 최수연
이 회장의 인맥은 혈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정용진 회장외에 최근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전략적 파트너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있습니다.
CJ그룹과 네이버는 2020년 10월 모두 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맞교환했습니다. CJ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각각 1500억원, CJ대한통운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네이버에 넘기고 네이버 주식을 받았습니다. 이후 CJ그룹과 네이버는 콘텐츠,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 이커머스를 위한 풀필먼트 사업 공동추진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4월 네이버 쇼핑에 ‘도착보장’ 서비스를 본격화 했습니다. 이는 오전 11시까지 네이버쇼핑을 통해 주문한 물품을 수도권 일부지역에 당일 배송하는 것인데요. 이에 앞서 CJ대한통운은 2022년 12월 네이버에 익일 도착보장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네이버는 배송지 정보 등의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자들에게 24시 주문 마감 서비스를 제공해 상품 도착일을 보장하고, CJ대한통운이 첨단 물류기술과 전국 인프라를 활용해 예정된 보장일에 맞춰 배송합니다.
콘텐츠와 물류에서 자리를 잡은 CJ가 ‘공룡 플랫폼’ 네이버와 만나 수많은 사업영역에서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은 재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려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죠. 이번 출장에서 이 회장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문화부, 관광부, GEAGeneral Entertainment Authority 수장 등 사우디 국가개발계획 ‘비전 2030’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사우디와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K컬처 확산이 기대되는 중동 진출을 본격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 깔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