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스틸 박성희 대표, 위기 속 ‘공격적 투자‘ 빛난다
30년 회사 지켜온 ‘영업통‘, 곽 회장 신임 듬뿍 업황 악화 등 악재 불구 500억원 규모 투자 칼라강판 시장 재편 대비 신제품 잇따라 출시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박성희 KG스틸 대표가 철강업황 악화, 칼라강판 시장 재편 등 대내외적인 악재에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다가올 호황기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현대자동차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처럼 KG스틸 역시 향후 KG모빌리티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할 가능성이 상당한 만큼 박성희 대표의 공격적 투자는 ‘무리수‘가 아닌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당시 동부제철(현 KG스틸)에 입사해 2021년 3월 대표 취임 전까지 회사의 영업을 이끈 ‘영업통‘이다.
2022년 상반기 취임 1년 6개월여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기에 투자와 실적 관리를 적절히 분배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G스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67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 영업이익은 1266억원으로 2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12억원으로 62.7% 줄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철강업계 불황이다. 철강 업황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악재가 겹치며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 업계 4~5위로 분류되는 KG스틸 실적이 좋을 리 만무한 셈이다.
그 결과 KG스틸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전기차 사업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G그룹은 앞서 KG모빌리티를 인수하며 자동차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KG스틸 중심 배터리팩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올해 11월까지 약 700억원을 투자해 모듈 및 어셈블리 조립라인을 갖춘 공장을 설립, 연간 전기차 5만대 분량의 배터리팩 생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적 부진,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Chasm·캐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뜻을 접고 말았다. KG스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업 수익성 악화 및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KG스틸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칼라강판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곧 다가올 불안 요소다. 현재 동국제강그룹의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은 아주스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칼라강판은 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고부가 제품으로 건자재는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등에 쓰인다.
현재 국내 칼라강판 시장 순위는 KG스틸, 동국씨엠, 포스코스틸리온, 아주스틸 순이다. 하지만 동국씨엠이 아주스틸 인수에 성공할 경우 동국씨엠은 국내 칼라강판 시장 점유율이 23.3%에서 30.6%로 확대된다. 수출을 포함한 시장 점유율도 29.7%에서 34.4%까지 늘어나며 2020년대 들어 KG스틸에 빼앗겼던 칼라강판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하게 된다.
KG스틸 입장에선 2019년 KG그룹에 편입된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칼라강판 경쟁력 강화 전략에 균열이 생기는 것으로 다시 1위를 되찾아오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박 대표는 최근 칼라강판 관련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동국씨엠의 아주스틸 인수에 대비하고 있다.
KG스틸은 지난달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에서도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내구성을 향상시킨 건축용 칼라강판 ‘넥스젠 울트라 플러스 강판(NEXGEN ULTRA PLUS STEEL)’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럭셔리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되는 화강암을 칼라강판으로 구현한 ‘스톤 엠보(Stone Emboss)’를 출시했다.
앞서 지난 5월 박 대표는 현재 생산 중인 철강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KG스틸은 총 500억원을 들여 표면처리설비(이하 'CAL SPM') 신설, 아연도금라인 품종 전환·합리화, 9기가와트(GW) 태양광 설비 도입 등에 투자한다. KG스틸은 이를 통해 제품 생산성이 높아지고 제조 비용은 줄어들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작업의 효율화를 위한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KG스틸은 지난 7월 4일 공장 내 15곳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을 감지하게 된다. 하반기에는 용융도금 성분을 조정하는 AI 기술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MZ세대 사원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소통 경영‘ 부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박 대표는 지난달 5일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입사원 입문교육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KG스틸에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현재 대표직에 오르기까지 경험과 성장 과정을 신입사원들과 솔직하게 공유하며 30여년의 여정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전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KG스틸은 마냥 지갑을 닫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를 착실하게 대비하고 있다“며 “현재 자동차 강판 생산 능력이 갖춰지지 않아 KG모빌리티와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투자를 계속할 경우 빠른 시일 내 현대제철과 같은 수직 계열화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