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3사 악전고투③동국제강]장세주 회장, 신사업으로 ‘제2도약‘ 돌파구 연다
신사업 승부수...지주사 전환 이어 CVC 동국인베스트먼트 출범 강력한 오너 체제 리더십으로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
국내 철강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의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산업 부진,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악재가 겹치며 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올해 상반기 일제히 실적이 급감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보릿고개‘ 극복을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짚어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 신사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과 벤처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달 23일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출범한 것이다.
장세주 회장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지난 2015년 5월 비자금 약 88억원을 해외 도박과 개인 채무를 갚는데 사용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 회장은 이후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했다.
2018년 4월 가석방됐지만 출소 후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다가 2022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지난해 5월 사내이사로 회사에 복귀했다. 장 회장 공백 기간 동안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보여줬기에 복귀 당시 장 회장을 향한 업계 관계자들과 주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경영 복귀 이후 순항...지주회사 전환 이어 신사업 추진
장 회장이 동국제강을 확고한 철강 3사로 도약시킨 인물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서 업계 일각에선 향후 그가 펼쳐갈 ‘동국제강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 회장은 복귀 직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 등 3개사로 분할 출범을 단행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지주사인 동국홀딩스는 전략적 컨트롤타워로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최삼영 부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중장기 친환경 성장전략 ‘스틸포그린(Steel for green)‘을 핵심 과제로 삼아 설비투자, 공정개발,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은 박상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대표이사를 맡아 'DK컬러 비전2030' 실현을 이끌고 있다. 특히 동국씨엠은 컬러강판 업계 4위인 아주스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동국씨엠은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이 29.7%에서 34.4%까지 올라가며 업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동국제강의 실적은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철강업계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악재 탓에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해 2분기 별도기준 매출 9402억원, 영업이익 40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18.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4% 감소했고 순이익 역시 231억원으로 같은 기간 20.5% 줄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2분기 영업이익률 4.3%를 기록하며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3.7%, 1.6%에 그쳤다.
업계에선 위기 속에서 동국제강의 오너 리더십 체제 구축이 빛을 발했다고 호평했다. 실제 동국제강은 철강 3사 중 유일하게 오너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반면 포스코는 7%에 가까운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의 통제권에 있어 행동반경이 자유롭지 못하고 현대제철도 현대차그룹 산하로 자율경영에 한계가 있다.
동국인베스트먼트 출범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에 이은 장 회장의 두 번째 승부수로 풀이된다.
동국홀딩스에 따르면 동국인베스트먼트는 이번 등록을 기점으로 연내 ‘미래성장 소부장 펀드(가칭)‘를 결성해 투자 첫걸음을 내딛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업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동국인베스트먼트는 AI(인공지능) 등 IT(정보기술) 분야에 80%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국인베스트먼트 출범은 4세 경영 체제 전환과도 연관이 있다. 실제 장 회장의 장남 장선익 전무가 동국인베스트먼트 경영 중책을 맡아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재계에서 장자승계를 고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전제 조건은 일반 직원과 다름없는 현장 경험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장 전무도 동국제강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해외지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입사 10년 만인 2016년 이사 승진 후 2022년 12월 전무로 승진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장 전무가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잘 성장시켜 향후 승계 자금 마련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감 얻은 장세주 회장, 10년 만 공식석상 등장
장 회장은 최근 10년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신사업 등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자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장 회장이 그룹 공식 행사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장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그룹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70년의 역사는 당연하게 주어질 수 없는 시간“이라며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동국제강그룹의 미래는 지난 70년의 시간보다 더 빛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