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3사 악전고투②현대제철] 서강현 사장 구원투수 역할 ‘절반의 성공‘
취임 직후 ‘철강 집중‘ 선포하며 확고한 사업 방향 설정 어려울수록 한 가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업계 ‘긍정 평가‘ 최악 업황 탓 상반기 실적은 부진…하반기는 반등 가능성
국내 철강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의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산업 부진,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등 악재가 겹치며 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올해 상반기 일제히 실적이 급감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보릿고개‘ 극복을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짚어본다.
[인사이트코리아 = 심민현 기자]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전임 사장 시절 추진됐던 이차전지소재 사업 진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서 사장은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9조7000억원 가량의 외부 차입금이 있어 재무구조를 위협하는 미래 투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본업에 위기 상황이 닥치면 본업을 살리려는 노력보다 다른 사업 추진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경향성이 짙다. 현대제철 역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철강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워지자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을 타진하며 돌파구를 모색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 사장은 철강 소재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재무통‘ 서강현 사장의 확고한 사업 방향...‘철강 집중‘
업계 관계자들도 서 사장의 ‘철강 집중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Chasm·캐즘) 여파로 이처전지 소재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손을 댔다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철강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 사장은 업계에서 ‘재무통‘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대제철 실적이 2년 연속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구원투수로 서 사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그는 2013년 현대차 경영관리실장 이사대우로 임원 생활을 시작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차 회계관리실장을 지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현대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2021년 다시 현대차 CFO로 자리를 옮겨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 달성에 일조하며 다시 한번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현대제철 CFO 재직 당시 1년 만에 현대제철 현금성 자산을 1조원 이상 끌어올리며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었다.
서 사장은 ‘프리미엄 전략·해외 진출‘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수익성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출시한 ‘H CORE‘를 내진용 건축강재에서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로 새롭게 론칭하고 최고급 건설용 강재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H CORE는 건축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토목분야, 반도체·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인 플랜트,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시설 등 건설산업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하며 여기에 사용되는 형강·철근·후판·강관·열연·냉연 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서 사장은 전임 사장 시절 사실상 실패했던 중국 법인을 대부분 정리하고 미국,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중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강판 가동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발판 삼아 향후 글로벌 시장 간판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탄소저감 자동차 강판 및 전기차용 신강종 개발 등 자동차 소재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확대해 글로벌 차강판 판매비중을 전년 대비 3%p(포인트) 증가한 21%까지 높일 계획이다.
신흥국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인도 공략도 서두르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지에 연간 23만톤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는 푸네 스틸서비스센터(SSC)을 짓고 있다. 인근에 현대차 푸네 공장이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 조건이 우수하다. 푸네 SSC는 내년 3분기부터 상업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서 사장은 철강 업계 특유의 보수적인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고 현장에 참석한 50여명의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본인의 사례를 들어 직원 개인 성장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서 사장은 직원들에게 “현대제철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며 “급변하는 철강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글로벌화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적이며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상반기 실적 부진...하반기 전망은 ‘밝음‘
이 같은 긍정적 평가와 별개로 올해 상반기 실적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11조9882억원의 매출과 15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1.4%가 줄었고 영업이익은 80.8% 급감했다.
다만 서 사장의 능력이 발휘되기에는 취임 후 시간이 부족했고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건설 경기 침체 등 외부적인 요인이 컸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실적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성수 봉형강사업본부장(전무)은 최근 현대제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 세계적으로 하반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하반기 저점 확인 후 점진적 철강시황 회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서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생각된다“며 “취임 후 빠르게 사업 방향을 정하고 실천하고 있는 행보 등을 봤을 때 하반기 실적 반등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