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선봉장’된 김동관 한화 부회장, 승계 시계 빨라졌다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 이어 한화임팩트 대표 겸임 한화그룹, 지난 29일 7개 계열사 대표이사 내정
[인사이트코리아 = 손민지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총 4개 계열사 대표직을 맡으며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투자부문 대표로서 미래 혁신기술 등 전략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신규 투자처 발굴로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9일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투자·사업), 한화파워시스템, 한화모멘텀, 한화자산운용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8명에 대한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달 한화솔루션(케미칼·큐셀), 여천NCC 등 유화·에너지 부문 3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낸 지 한 달여 만에 7개 계열사 대표 교체다.
한화임팩트 대표까지…김동관, 모자 5개 ‘책임경영’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을 제외하면 내정자들의 평균 연령은 57.7세다. 현 대표들(59.3세)에 비해 1.6세 정도 낮아졌지만 30∼40대 대표가 늘고 있는 최근 재계 흐름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세대교체보단 노련미를 통한 위기대응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핵심 경영진을 재배치했다”며 “대표이사 인사로 시장 내 선도 지위 확보를 추구하고 성과 중심 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김 부회장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신임 대표에 선임됐다는 점이다. 그는 기존에 ㈜한화 전략부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왔다. 이번에 새로 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도 겸직하게 됐다.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까지 포함하면 김 부회장의 직함은 총 5개다.
한화임팩트 전신은 2014년 삼성그룹과의 ‘빅딜’ 당시 인수한 삼성종합화학이다. 당초 화학 회사 성격이 짙었으나 최근 3~4년새 신사업 투자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한화임팩트 투자부문은 에너지전환(수소), 바이오, 디지털테크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가스터빈 친환경 개조, 수소터빈 개발(한화엔진 대주주) 등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바이오나 디지털테크는 투자 초기 단계다. 한화임팩트는 2021년 8월 사명을 기존 한화종합화학에서 한화임팩트로 바꾸며 화학사가 아닌 투자회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 수소 사업 드라이브 ‘빅픽쳐’
이런 점에서 김 부회장의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 선임은 과거 그가 태양광 사업을 맡아 추진했듯 수소 에너지 신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화임팩트가 영위하는 사업 중 수소 사업을 포함한 혁신사업이 54%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2022년 미국 자회사인 ‘한화H2에너지 USA’를 통해 수소 혼소 개조 기술과 가스터빈 수명·성능 향상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PSM과 네덜란드의 토마센 에너지를 인수했다. 같은 해 고려아연에도 4700억원대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호주 등 해외 수소 사업 협력을 약속했다. 김 부회장이 참여할 한화임팩트의 향후 투자는 한화그룹의 수소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생산한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재생에너지와 케미칼 부문의 수전해 기술을 연계해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산업용 압축기를 만들던 기술력을 토대로 수소압축기, 고압용기, 냉각장치로 구성된 수소충전시스템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한화임팩트는 한화그룹 오너가 삼형제, 특히 김 부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임팩트의 지분 52.1%를 쥐고 있다.
한화에너지 지분 중 김 부회장의 지분율은 50%로 다른 두 형제(김동원 사장 25%, 김동선 부사장 25%)에 비해 비중이 높다. 지난달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격의 (주)한화 지분을 공개 매수해 지분율을 기존 9.7%에서 약 14.9%로 확대했다.
향후 한화임팩트의 가치 상승은 승계 과정 중 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한화 오너 3세 삼형제 중 김 부회장만 이번 대표이사 인사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그룹 계열사 경영 영향력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화 측은 “김 부회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 직면한 석유화학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및 신규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특히 미래 혁신 기술 등 전략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